2025년 1월 딥시크 쇼크로 세계 AI 산업이 흔들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중국 대 미국의 대결로 읽었다. 그러나 2026년 9월 현재, 그 프레임은 이미 낡은 것이 됐다. AI 전쟁의 최전선은 국가 간 모델 경쟁이 아니라 기업 현장에서 에이전트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산성 혁명으로 옮겨갔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우리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를 쓰는 게 아니다.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있다'는 말이 가장 자주 들린다. 변화의 속도는 가파르다. OpenAI는 GPT-5와 추론 특화 o3 시리즈를, Anthropic은 Claude 4.5와 Opus를, Google은 Gemini 3.7을 내놓으며 기업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6년 초 단 한 분기 만에 글로벌 VC 투자금의 65%가 AI 스타트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OpenAI·Anthropic·xAI·Waymo 네 곳이 합쳐서 1,880억 달러를 유치했다. AI는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새로운 인프라가 되고 있다. AI 에이전트 시대 — 무엇이 달라졌는가? 2024년까지의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작과 코딩을 돕는 도구였다면, 2026년의 AI 에이전트는 기업의 워크플로우와
미국과 일본에서 중동 전쟁발 인플레이션 압력과 정부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확대 여파로 국채금리가 수십 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9월 8일 19개월 만에 최고치인 4.79%까지 치솟았다. 5% 도달 여부가 시장의 큰 관심이다. 지난 1일에는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한때 3%를 기록했다. 장기금리가 3%에 도달한 것은 1996년 9월 이후 30년 만이다. 미·일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진 데다 미국·일본 정부의 부채 증가와 재정 악화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의 국채 투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재정 발작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장기국채의 수익률이 크게 오르자 하는 수 없이 미국 재무부는 ‘바이백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의 연방정부 총부채가 40조 달러를 돌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채권을 사 주는 미봉책이다. 당연히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우리는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장 불안 진화에 나섰지만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
인류의 영원한 오디세이, 그리고 국가의 운명이 걸린 공간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천문학을 이용해 기원전 585년의 일식을 예언하고, 우리 선조들이 신라 시대 첨성대를 쌓아 하늘을 관측했던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문명을 발전시킨 인류의 거스를 수 없는 본능이다. 코페르니쿠스에서 시작해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그리고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진 위대한 발견들은 인류의 지평을 지구 바깥으로 확장시켰다. 수천억 개의 별을 품은 은하계가 다시 수천억 개 이상 존재하는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칼 세이건의 말대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지도 모른다. 인류의 미래가 깊은 우주(Deep Space)를 향한 오디세이에 있는 이유다. 그러나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우주는 인류 공동의 유산(CHM)이자 평화적 이용이 보장된 공간이라는 이상론에만 머물지 않는다. 배타적 주권이 인정되는 지표면 100km 상공의 영공(Air Space)을 넘어선 순간, 우주는 국력과 과학기술의 격차가 그대로 지배권으로 이어지는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의 무대로 변모한다. 이제 과학기술은 단순히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저가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대신 ▷40억 원 초과 고가 주택의 부담은 대폭 끌어올리는 안이다. 주택 수에 따라 달리 적용하던 △종부세율을 주택 가액 기준으로 통일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고가 주택 세율을 상향하고, △세액공제 한도를 줄이는 방식을 통해서다. 경제부총리는 40억 원 이상 종부세 부과대상자는 0.4%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주택수 1585만 호 중 0.4%라고 하지만 결코 적지 않다.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전형적인 국민 편가르기 세제 개편안이다. 아마도 평생 열심히 벌어서 저축해서 은퇴하고 별다른 소득은 없는데 살던 집값이 올라서 고가 주택을 보유하게 된 고령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나마 집값의 높은 상승률은 역대 좌파정부 때였다. 대상자가 0.4%에 불과하다고 해서 과연 이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다. 경제부총리와 대통령은 이를 조세의 정상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첫째, 종부세 인상안을 살펴보자. △개인 주택분 종부세에서 주택 수에 따른 세율 구분을 없애고 주택 가액별로 세율을
2026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마침내 시행됐다.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가, 정권 교체 이후 2025년 9월 공포되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발효됐다.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쟁의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의는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은 선의와 다르게 반응한다. 법 시행 전 2년간 이미 시장의 반응은 시작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500대 기업의 소속 외 근로자, 즉 파견·용역 등 외주 인력은 2023년 72만 4000명에서 지난해 66만 5000명으로 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 수는 오히려 2.8% 늘었다. 기업들은 일자리를 줄인 것이 아니라 외주 인력을 줄인 것이다. 그 차이가 핵심이다. 사용자 범위 확대가 만드는 역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 확대다. 기존에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업만이 사용자였다. 개정법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사용자로 본다.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기업의 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자본시장 정상화와 주주권 강화 등을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후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 달성을 목표로 상법을 개정하고 금융·조세 지원 중심의 증시 부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정책으로는 이사의 충실 의무에 일반 주주 보호를 명시하여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을 견제하고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했다. 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부당이득 환수를 강화하는 등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는 조치도 도입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및 세제 혜택도 도입하고 자사주 소각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당정이 일사불란하게 증시 부양에 돌입했다. 실제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선 뒤 정치권의 발언 강도는 더 높아졌다. 정청래 전 대표는 지난 1월 2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스피 5014. 경축. 꿈은 이루어진다"고 썼다. 이어 2월 3일 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회의에서는 "코스피 6000, 7000, 8000, 9000, 1만도
7월 4일은 세계만방에 자유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큰 계기가 된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효시는 영국 계몽주의 정치사상가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의 『통치론』(Two Treatises of Government, 1689)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모두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 이전에는 ‘왕권신수설’이라고 하여 모든 권력은 왕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왕권신수설은 강력한 왕권의 기초가 되어 수 세기 동안 인류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존 로크는 왕권신수설을 부정하고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생명·자유·재산권을 가지고 있다는 혁명적인 ‘천부인권설’을 주장했다. 이때 주장된 재산권을 토대로 영국에서는 1700년대 전후에 개인들의 특허권이 인정되고 이 특허권은 증기기관, 면방직 등 각종 기계를 발명하는 토양이 되면서 마침내 1700년대 중반 영국의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바탕이 되었다. 1700년대 중반 영국의 산업혁명은 영국을 해상강국으로 도약시켜 그 후 다시 100여 년 동안 선진국의 지위를 누리게 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대부분 100여 년 동안 선진국의 지위를 누리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오는 9월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소비자물가 상승이 물가 안정 목표치(2%)보다 높은 3%대를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는 매파적 기조를 보였다. 이어 일본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6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일본은행 기준금리가 연 1%로 올라선 건 1995년 8월 이후 약 31년 만이다. 일본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렸다.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는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 압력이 꼽힌다. 일본의 5월 기업물가(한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6.3%로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입 물가 등 부담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 미국과 금리 격차와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로 엔화 약세가 지속된 점도 금리
Ⅰ. 왜 지금 다시 맹자인가 21세기 현대 정치는 고도의 지식 정보화와 대의민주주의라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양극화, 그리고 정치적 불신이라는 깊은 침체에 직면해 있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돌보기보다 정쟁과 권력 유지에 몰두할 때, 사회적 신뢰는 붕괴하고 공동체의 기반은 흔들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원전 4세기 혼란스러운 전국시대를 관통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백성의 먹고사는 문제'를 정치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맹자(孟子)의 사상은 시대를 뛰어넘어 강력한 경종을 울린다. 맹자 사상의 핵심은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위정자가 먼저 스스로를 수양하여 천성을 회복하고, 그 도덕적 영향력으로 천하를 다스려 이롭게 해야 한다는 데 있다. 고대 왕조 국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맹자는 왕이 도덕성을 바탕으로 정치를 펼치는 왕도정치(王道政治)를 부르짖었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도 위정자의 도덕적 책임과 민생 중심의 정책이 왜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지 설명하는 핵심적 틀을 제공한다. Ⅱ. 맹자 사상으로 본 왕도와 민생경제 맹자 정치철학의 출발점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이며, 그 핵심 동력은 인의예지(仁義
1980년 폴란드에서 한 경제학자가 슈퍼마켓을 처음 방문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것을 계획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 슈퍼마켓의 상품 배치는 누구도 계획하지 않았다. 수천 명의 생산자, 유통업자, 소비자가 각자의 필요와 이익을 좇아 움직인 결과물이었다. 이 일화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가 평생 강조한 한 가지 진실을 압축하고 있다. 복잡한 사회 질서는 누군가의 설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개인들의 자발적 상호작용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그는 이것을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라고 불렀다. 지식은 분산되어 있다 하이에크의 출발점은 지식에 관한 통찰이었다. 그는 사회에 필요한 지식이 어느 한 사람이나 기관에 집중될 수 없다고 보았다. 어느 지역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인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 이 모든 정보는 현장의 수많은 개인들 속에 분산되어 있다. 문제는 이 분산된 지식을 중앙에서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관료도,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수억 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