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병오(丙午)년이다. 병(丙)은 불(火)과 붉은색을, 오(午)는 말을 상징해 병오년은 양의 기운이 강하게 겹치는 해로, 정열과 활력이 넘치는 기운이 지배하는 붉은 말의 해이다. 지난 한 해 대한민국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온 해로 평가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훼손되면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백척간두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자유민주주의란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가 1689년 출판한 《통치론》(Two Treatises of Government)에서 그 당시까지 지배하던 ‘왕권신수설’을 부정하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생명·재산에 관한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천부인권설’을 주장하면서 비롯되었다. 영국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명예혁명을 통해 입법과 행정이 분리된 입헌군주제를 확립했다.
그 후 프랑스 법학자 몽테스키외가 1748년에 《법의 정신》을 발간하면서 비로소 입법·행정·사법이 분리된 3권분립이 확립되고 이러한 사상이 1776년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생명·자유·행복 추구의 권리를 가진다”는 진리를 선언한 미국의 독립선언과 헌법의 토대가 되면서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의 기초로 확산되었다.
대한민국도 해방 후 남로당이 준동하고 대구폭동, 제주4·3, 여수·순천 반란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했던 칠흙 같이 어두웠던 시절에 천신만고 끝에 자유민주주의를 토대로 한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그 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며 북한의 공산세력에 맞서 싸우며 근래에는 선진국 고지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러나 근자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우려하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입법과 행정은 다수당이 독주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대치와 고성 그리고 독주만 난무하는 국민들의 눈에도 볼썽사나운 모습들만 연일 보여지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이 대한민국의 국회다. 이들이 과연 국민이 뽑은 선량(善良)들인가 우리 국민의 민도가 이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자괴감마저 드는 실정이다. 행정부는 태스크포스가 구성되어 공직자들의 휴대폰 기록 수 년치를 조사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사법도 붕괴되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청도 형해화되고 사법부도 각종 특정 이념연구회 출신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민의 권리를 최종적으로 지켜주어야 할 사법이 붕괴되면 국민들은 자유 생명 재산이라는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기댈 언덕이 없게 되어 범죄 천국이 될 우려가 커지게 된다. 사법의 독립이 몽테스키외에 의해 자유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들어오게 된 배경이다. 미국에서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입법부인 국회의사당이 가운데 있고 행정부 권부인 백악관이 낮은 곳에 위치하고 제일 뒤에 연방대법원이 위치한 배경이 이러한 철학을 고려한 점 때문이라고 한다. 위헌 소지가 적지 않게 지적되고 있는 내란재판부도 설치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제4부로 중요시되고 있는 언론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개편되고 ‘입틀막법’라는 비판이 나온 정보통신망법도 개정되었다.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언론을 관제화해 일방적인 주장만 전파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줄 사법부마저 형해화 되면 이미 자유민주주의는 기본 골격이 붕괴된 것이다.
심지어 안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은 남측이 북침하지 않을지 걱정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대통령이 지금 북한 걱정할 때인가”라고 비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는 논평도 나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았고,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활동이 중단된 이후에도 한국·미국·일본을 포함한 11개국은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 미국은 최근에도 독자 대북 제재를 추가로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인식에 토대를 둔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정부 내에서 대북정책 주도권을 놓고 자주파 대 동맹파 간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진보 정부의 역대 통일부 장관 6명이 지난 12월 15일 외교부 주도의 한·미 대북정책 협의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 장관이 지난 16일 예정된 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에 통일부 불참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외교부가 주도한)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으로 대북정책을 협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문성이 없고,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면서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주무부처로, 외교부 주도의 한·미 워킹그룹 가동 계획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언론에 보도된 미국 실무대표의 생각을 보면, 그가 참여하는 한·미 정책협의는 북·미 정상회담의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정면으로 미국 실무대표의 대북정책 구상에 반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장관도 지난 10일 “동맹국과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16일 정연두 외교부 외교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수석대표로 참여하는 대북정책 공조회의를 둘러싼 정부 내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2025년 12월 2일에는 31명의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를 공동 발의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간첩들이 기소되고 있는 실정에서 국보법 폐지는 한국의 안보문제에 큰 파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노동신문> 개방을 거론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중국의 해킹 군사시설 사진 촬영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서해 공정'에 대해서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묵인하면 서해 70%에 대한 실효적 지배 주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1970년대부터 남중국해 전체의 90%에 이르는 광대한 해역에 대해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해 왔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패소 판결에도 아랑곳없이 중국은 군사적 강점을 앞세워 그것을 기정사실로 만들기에 혈안이다. 중국은 2013년부터 3년간 남중국해 7개 암초에 군사공항, 항만,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 이래 30여 개의 인공섬을 건설하는 등 역내 불법 점유를 확대 중이다. 중국의 ‘해양 공정’은 이에 그치지 않고 동중국해에서도 센카쿠 열도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 중이며,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설정해 기존 질서를 흔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 대상 수역이 점차 북상해 한반도 서해를 지배하기 위한 ‘서해 공정’의 막이 올랐다. 중국은 한·중 경제수역이 중첩되는 잠정조치수역(PMZ)에 2014년부터 관측용 부표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2018년 ‘민간 양식 시설’이라는 구실로 대형 부유식 구조물을 만든 이래 추가 구조물들을 설치 중이다. 2023년부터는 그 지역에서 해군 훈련과 해경 순찰을 강화하면서 한국 해경선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서해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남중국해 불법점거 선례와 거의 동일한 수순을 밟고 있다. 어업시설이나 과학시설이라는 명분으로 부표와 관측장비를 설치한 후 장기 주둔과 접근 차단을 통해 실효적 지배를 굳힌 후 궁극적으로 인근 수역을 배타적으로 지배하고 군사시설로 전환하는 상투적 수법의 반복이다. 중국이 베트남에게서 탈취한 존스 암초나 필리핀에게서 탈취한 미스치프 암초, 스카보러 암초 역시 같은 수순을 밟아 왔다.
뿐만 아니라 중국 군부는 시진핑 체제 출범 직후인 2013년 초부터 국제법적 근거 없이 동경 124도를 ‘작전 경계선’으로 설정하고 한국 해군 함정의 진입과 훈련을 차단하고 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강요해 온 동경 124도 선은 한·중 잠정조치 수역에서 한국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어, 이대로라면 서해의 약 70%가 중국 관할수역이 된다. 중국은 그 수역을 자국 해군의 배타적 작전 수역으로 독점하려는 의도여서,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한 국가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의 움직임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우리의 대응 자세다. 한국 정부는 이 지역에서 우리 해군 함정의 정당한 진입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외교적 부담과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해당 수역 진입과 해상 훈련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이는 ‘원만한 대중국 관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관점에서 매우 안일하고 무책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양 주권은 법적 권리 선언만으로 지켜질 수 없다. 자발적 권리 불행사와 침묵은 서해 70% 지역에 대한 중국의 실효적 지배를 고착시킬 뿐이다.
경제적으로도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확장 재정 기조로 인해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재정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성장동력 확충보다는 민생지원 기본소득 등에 사용되고 있어 더욱 문제다.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재정지출 확대로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빚만 늘리는 꼴이다. 팔리지 않는 국채를 한국은행이 통화를 발행해 사주는 등 통화량이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은 공급보다는 규제위주 정책으로 집값 전세값 월세가 치솟으면서 민생에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추락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2026년 한국경제는 수출이 둔화하겠으나, 내수가 회복세를 나타내며 1.8%정도 성장할 전망이라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이다. 금리 인하와 재정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소비가 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나 건설경기는 수년간 지속되어 온 감소세에서 벗어나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출은 미·중 통상 여건의 불확실성 속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의 중추인 기업들은 경총의 151개 기업 전망조사에서 73%가 "내년 노사관계가 더 불안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노란봉투법 영향으로 분쟁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정년 연장 문제가 2020년 이후 노사 불안 우려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전기료 쇼크에 산업이 멈추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전력 소비 상위 30대 기업의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전기료는 2조원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반 사이 산업용 전기 요금이 70%나 치솟은 여파다. 한국 경제의 엔진인 제조업에 ‘징벌적 요금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탈원전·재생에너지 중심’의 현 정부 에너지 기조하에서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기료 때문에 한국을 등지는 ‘제조업 엑소더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전력 사용량 상위 30대 기업의 전기 요금 부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지난해 연간 전력 사용량은 9만 8552GWh(기가와트시), 전기료는 16조 1109억원이었다. 전년인 2023년 9만 7766GWh를 쓰고, 14조 2963억원의 전기료를 낸 것과 비교하면 전기는 불과 0.8%(786GWh) 더 쓰고 전기료는 무려 12.7%(1조 8146억원) 더 낸 셈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13년 ㎾h(킬로와트시)당 107.3원으로 처음 100원을 돌파한 산업용 전기료는 2023년 153.71원으로 올랐고 지난해 168.17원, 올 6월 179.23원으로 계속 급등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한전의 산업용 전기 요금 원가 회수율은 130%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원가보다 30% 이상 비싼 요금을 내며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기 요금 부담은 특히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 요금 중에서도 대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 ‘을’ 요금을 중소기업 위주인 산업용 ‘갑’보다 더 큰 폭으로 올리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전기 요금에 생산을 중단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에선 전기료가 저렴한 해외로 아예 생산 시설을 이전하거나 이전을 검토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LG화학·현대제철 등 20개 기업은 한전을 거치지 않고 발전소에서 직접 전기를 사는 전력 직구에 나섰고,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 속에 생산 중단 기간을 늘렸다.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와 수출기업의 달러 해외보유가 증가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해 내년 상반기 환율이 위험수위에 도달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 기업투자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증권사 기업 그리고 국민연금에 대한 압박을 가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해에는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고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하고 노사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해서 기업투자가 늘어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투자환경이 개선되어야 기업들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들여와 환율도 안정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민생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청년들은 대기업의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데 정치인들의 반대기업 정서가 부메랑이 되어 청년들을 절망 속으로 몰고 가고 있다.
병오년 새해에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추락하는 경제도 반등해 병오년 정열과 활력이 넘치는 붉은 말처럼 반등하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