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30일 청와대로 복귀한 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마침내 입틀막법이라고 반대가 거세었던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주요 내용은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유튜버나 언론사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앞서 구랍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본회의 표결 결과 재석 177인 중 찬성 170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개정안은 고의로 불법 정보 또는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할 경우 이를 유포한 언론사나 유튜버 등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증명이 어려운 손해’에 대해서도 5000만원까지 배상액 부과가 가능하도록 했다. 법원 판결에서 허위·조작 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두 번 이상 유통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허위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이와 관련해 취득한 재물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이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과방위)를 거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위헌 논란이 일면서 막판까지 수정 작업을 거쳤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은 허위·조작 정보의 유통 금지 조건을 과방위 심사 당시 기준으로 강화한 내용이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과방위 단계에서 현행법의 관련 조문을 삭제했다가 최종안에서 되살렸다. 이에 따라 비방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손해액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증명이 어려운 손해’ 5000만원까지 배상 △두 번이상 유통시 최대 10억원까지 과징금 △취득한 재물 몰수·추징 △사실 적시 명예훼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가히 전방위적이다. 이 정도면 조직이나 인력면에서 허위·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거나 재정적으로 방어가 쉽지 않은 많은 유튜버들은 활동이 사실상 어렵게 될 전망이다.
이 법안이 전날인 23일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른바 ‘슈퍼 입틀막법’이라고 비판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들이 토론 종결에 동의하면서 법안은 표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은 불법 및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며 정보통신망 내에서 이들 정보를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인종·국가·성별·장애·사회적 신분·소득수준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혐오 발언도 불법 정보에 포함된다. 언론 및 유튜버 등이 불법·허위조작 정보임을 알면서도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유통해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한 사람에게 손해액의 5배까지 가중적 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라 불러왔지만, ‘허위’ ‘조작’ 등의 핵심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이유로 위헌 논란이 제기됐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수용하지 않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앞세워 국민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소원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를 비난했다. 이들은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개최한 첫 국무회의에서 표현의 자유를 근본부터 훼손하는 악법을 대통령 스스로 확정했다"면서 "앞으로의 국정 운영 방향을 보여주는 중대한 정치적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외면한 채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최종 면죄부를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언론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오보는 존재하고 바로 잡아야 할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과도한 징벌과 배상으로 묶는 순간 언론은 스스로 입을 닫게 된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는 위험하다. 고의와 중과실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거액 배상 책임을 지우면 언론은 사실 확인 이전에 '소송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게 된다. 사실을 밝히는 언론이 아니라 분쟁을 회피하는 언론을 양산한다. 공익보다 안전을 택하는 구조가 제도화 되는 셈이다.
미국 국무부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관련해 검열권 남용과 기술 협력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해당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통상 논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은 30일(현지시간) X를 통해 “한국의 네트워크법 개정안(Network Act)은 표면적으로는 명예를 훼손하는 딥페이크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광범위한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법 개정안은 전날(30일) 우리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미국의 고위급 관료가 이례적으로 국내 법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플랫폼 규제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조치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최근 미국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국내 유튜버 활동의 위축은 미국 기업 유튜버의 활동 위축과 연관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간 통상문제가 복잡한 상황인데 이러한 문제가 통상 논란으로 번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