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주가시장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은 이례적인 이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마치 언제 주저앉을지 모를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지난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1%로 환란기가 아니고서는 유례없는 저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1인당 국민소득은 12년째 3만 달러를 지속해 결국 지난해에는 22년 만에 대만에 1인당 GDP를 역전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 올라선 선진국들은 대개 4년 안팎에 4만 달러 선진국에 안착하고 있다.
한국처럼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의 선진국 6곳은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올라서는 데 평균 4년도 걸리지 않았다. 영국이 2년, 일본·프랑스·이탈리아가 3년, 독일이 4년 만에 4만 달러의 벽을 돌파했다. 대만도 2021년 3만 달러를 돌파한 지 5년 만인 올해 4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만 유독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만큼 심각한 구조적 저성장의 늪에 빠져 4만 달러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든다. 지금이 가장 잘 산다는 ‘피크 코리아’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1% 후반대로 추락해 이대로 가면 2040년경에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들이 연구기관들의 보고서를 도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규 일자리가 안 생겨 청년들은 부모님 댁으로 돌아가는 캥거루족이 되어 ‘잃어버린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 일본이 보여주었다. 일본은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에도 뒤지면서 보통국가로 주저앉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환란기(1998년 경제성장률 –4.9%, 2009년 경제성장률 0.8%)나 코로나 시기(2020년 경제성장률 –0.7%)를 제외하고는 유례없는 저성장을 지속하는 데도 15일 현재 주가는 코스피가 4798로 사상 처음 5000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이례적인 현상의 배경은 무엇인가. 물론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바이어 등 한국 제조업 선두 부문의 높아진 글로벌 경쟁력과 수익 개선이 중요한 배경이다.
하지만 3%룰 등 대주주는 압박하고 소액주주 권리는 강화하고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 압박 등 인위적 주가 부양 정책이 한몫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한국에서 증시 투자자들이 대략 14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이러한 인위적 주가 부양 정책은 6월 지선 앞둔 시점에서 정부·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얼마 안 되는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도 도입하고 있는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 등 방어력이 전무한 가운데서 글로벌 인수합병 사냥꾼들에게 맨몸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니 내노라하는 기업들은 모두 해외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국내 투자는 외면해 저성장이 지속되고 일자리는 안 생기는 모습이다.
또 한 가지 금융시장의 이상징후는 주가 폭등에도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 주가 상승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증가로 원화 가치가 상승해 왔는데 지금은 과거의 논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자동차·선박·방산·바이오·문화 등의 호조 속에 15일 현재 주가는 코스피가 4798로 사상 처음 5000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1472원으로 심리적 저지선인 1500원에 불과 28원 남겨두고 있다. 당장 내일 모레 1500원 선에 도달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다.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이 중요한 이유는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하면 곧바로 1700-1900원으로 수직 상승해 한국경제가 중대 국면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12월 11일, 전날 1423.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바로 1500원을 돌파하자 1563.5원으로 올랐고, 다음날 1719.5원으로 폭등했다. 1500선이 깨어진 지 하루만에 1700선을 돌파한 것이다. 이후 당국의 개입 등으로 며칠간 등락을 보이다 12월 24일 1964.8원을 기록했다. 1500선이 무너진 지 불과 13일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한국에 대출해 준 외국금융기관들은 한국에서 달러를 빼내가기 시작하면서 한국은 돌려줄 외환이 부족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갖은 굴욕적인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서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치욕의 IMF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중대한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제대로 된 원인 파악과 대책이 시급하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