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저널리즘(journalism)이라고 통칭하는 공론적 소통은 민주적이고 성숙한 사회를 지켜내고, 또 역으로 그러한 사회가 지켜내야 할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때 사회성원들 간의 정상적 관계형성 및 상호작용은 차질을 빚고 사회의 제반 기능들은 효율성을 상실하며, 최악의 경우 마치 피가 돌지 않는 신체조직처럼 사회는 괴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필자가 언론학을 전공으로 택하고 미디어 연구자 및 언론정보학과의 교수로 재직해온 전 기간 동안 지금처럼 이런 생각에 골똘했던 적은 없었다. 이러한 저널리즘의 토대가 “팩트(fact)”다. 그것이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건, 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이건, 내지 논란을 빚고 있는 국가정책에 대한 의견제시건 저널리즘은 팩트에 기반한다. 팩트를 상실한 저널리즘은 선전·선동, 기망(欺妄), 사술(詐術)과 구별되지 않으며 그 존재의 정당성을 상실한다. 팩트야말로 저널리즘의 시작이자 끝인 것이다. 저널리즘이 위기를 겪고 있음은 기지의 사실이다. 현시대의 미디어가 제공하는 뉴스의 양은 희소한 몇 개의 채널을 통해 뉴스가 제공되던 매스 미디어 시대와 비교될 수
우리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잘 모르거나 진실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민주공화국은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945년에서 1953년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거의 없고 나이 많으신 선배들의 기억들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건국 과정서 만들어진 상처들이 너무 깊고 커서 먼저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건국 과정서 주요 역할을 한사람에 대한 평가도 건국 이후 정쟁 속에서 흠이 생기면서 부당하게 공보다 과만 부각 돼버렸다. 그 틈에 우리 역사 특히 건국사에 대한 편향적인 시각이 자리를 잡아 지금은 우리 역사 인식의 주류가 되어 있다. 586 운동권이 끊임없는 선동과 선전을 통해 종북적 역사관을 확산시켜 많은 사람의 믿음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선거 후보로서 이육사 묘소에 가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라고 말했다. 당 대표였던 이해찬 씨는 회고록에서 “남한에서 친미, 기득
오래도록 전해져 오는 말 가운데, 중구삭금(衆口鑠金)이란 말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어느 일화에서 유래된 말인데, 풀이하자면, “무리의 입은 쇠도 녹인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주나라의 24대 경왕 때 얘기다. 왕은 백성과 충신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폐 개혁을 단행하여 새 동전을 주조했다. 구 동전은 녹여서 거대한 종을 만들었다. 그 비용이 백성들에게 전가될뿐더러 종을 만드느라 백성들의 원성만 높아진 셈이다. 그때 반대했던 신하가 한 말이, “故諺曰 衆心成城 衆口鑠金(고언왈, 중심성성 중구삭금)”이었다. “옛사람들 말에 따르면, 무릇 많은 백성의 마음이 모이면 견고한 성도 이루고, 또 백성들의 말이 많아지면 쇠도 녹인다고 했습니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 흔히 이 말은 대중 여론의 무서움을 상징하는 경구로 사용된다. 하지만 달리 이해하면, 대중 여론이 오도된 사실에 움직여서, 그릇된 말이 퍼져 나가는 경우에 대한 경고로도 볼 수 있다. 오도된 사실이란 다름 아닌 ‘가짜 뉴스’를 이름이다. 가짜 뉴스로 인해 이익을 누리는 자들이 있다면 공공의 적임이 당연하다. 그들은 가짜 뉴스로 대중을 선동해서 특정 개인의, 특정 집단의, 심지어 정부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특히 기
가짜뉴스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 유언비어와 노골적 거짓말이 새로운 언론 환경에서 뉴스의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전파행위는 언론의 사회적 기능에 반하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짜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체제가 강화하고 있다. 권력이 이러한 가짜뉴스를 악용하고 일부 언론이 동조하여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정치가 가짜뉴스에 매몰됐고, 우리 사회는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자들에게 유인을 제공했다. 사실을 검증하지 않는 언론과 진영 논리에 빠져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쉽게 잊고 용서하는 환경이 가짜뉴스의 보금자리가 됐다.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가짜뉴스로 훼손됐다. 거짓말쟁이와 이를 포장해준 국회의원, 그리고 이를 사실인 것처럼 대서특필하고 반복적으로 보도한 언론은 가짜뉴스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가짜뉴스 공작에 가담한 국회의원은 집권 후 사면받았고, 아직도 국회에서 나라의 녹을 먹는다. 2017년 제19대 대선은 드루킹 사건이라는 여론조작 사건으로 오염됐다. 연루된 정치인은 사면받았고, 여론조작의 이익을 취한 사람은 사과하지 않았다. 거짓을 단죄하지 않는 역사 속에서, 가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