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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TG칼럼]오염 처리수 가짜뉴스 논쟁은 '과학의 판정승'...이어질 좌우 논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오염 처리수 방류 이후 국내 시장 동요 거의 없어...가짜뉴스에 맞선 과학의 승리
정율성 역사공원, 홍범도 흉상 이전 등 역사 문화 논란도 깊은 연구로 국민 공감대 얻어야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이후 국내 수산물 시장은 큰 변화가 없다. 초밥 전문점에 가더라도 젊은이들이 여럿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방류 전에 ‘알프스’로 방사능 물질을 걸러내고 바닷물로 희석 처리한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아 4~5년 뒤에 온다는 데 그걸 걱정하면 정상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사코 핵폐수가 우리 바다에 밀려온다며 방사능 물질과 관련한 수십 가지의 가짜뉴스를 생산해 공포를 조장했다. 여기에 발맞춰 좌파 방송 매체들이 공포를 부추겼고, 한 가수는 지옥을 떠올린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방류 개시 일주일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의 뚜렷한 동요가 없는데도 민주당은 난데없이 ‘끝장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이 받을 리 없지만 민주당이 생산한 가짜뉴스에 동의하는 과학자를 1명도 찾기 어려울텐데 과학에 토대를 둔 토론이 될 리 없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관련 가짜뉴스 전쟁은 좌우파 간 ‘과학 투쟁’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이래 처음으로 우파가 이긴 싸움이다. 2008년 MBC PD 수첩의 왜곡 방송으로 촉발된 광우병 사태 때는 미국 소고기를 먹어도 괜찮다고 하는 학자들은 대중 앞에 나서지 못했다. SNS를 비롯해 심지어 강의실에서도 따가운 손가락질이 쏟아지면서 이들은 입을 닫았다.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일부 교수 들만 과학자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양상이 크게 달랐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 강건욱 서울대 교수,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등이 과학자들이 가짜뉴스 퇴치에 팔걷고 나섰다. 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일본의 기준대로 처리한다면 국내 미치는 영향이 제로에 가깝다고 여러 매체에서, 토론장에서, 기자회견장에서 설파했다.  정범진 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유도질문을 해댔던 KBS 라디오 주진우 진행자를 생방송에서 쩔쩔매게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오염 처리수 방류 논란은 과학 팩트에 관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좌파 활동가, 이에 동조하는 매체들은 팩트를 무시하고 반일감정과 핵공포를 버무려 선동에 앞장섰다. 국내 전문가들이 토론장 등에서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데도 이들은 아예 길거리로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금은 바닷물이 빠지자 누가 벌거벗은 지 드러난 형국이다.

 

오염 처리수 문제는 당분간 일단락될 조짐이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역사와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좌우 진영의 싸움이 벌어질 태세다.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문제, 국방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독립기념관 이전 문제는 그 전초전이나 다름없다.

 

정율성은 중국인민해방군가 북한인민군가 등을 지은 작곡가로 6.25 전쟁 때 중공군으로 참전해 서울에 와서 궁정악보 등을 약탈해갔다는 사실 만으로도 다른 평가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가 항일 독립 운동을 했다는 근거도 증언이나 사료로 입증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한중수교 이후 양국 관계가 부각될 즈음이면 음악회 등 기념 행사가 열렸고 광주시엔 정율성로라는 거리도 있다.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셈인데, 광주시가 수십억원을 들여 역사 공원 조성에 나서면서 ‘정율성 다시보기’가 돼버렸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문제를 제기했고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으나 6.25참전유공자회와 ‘5.18 부상자회’ 등이 정율성 역사공원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그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하지만, 이번 일은 한국 사회에 조용하면서 깊숙이 똬리를 튼 공산주의자의 흔적을 들춰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정율성처럼 ‘간명’하지 않다. 홍 장군은 ‘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여기는데는 좌우의 차이가 없다. 국방부는 1921년 자유시 참변 때 홍 장군의 행적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소련 공산당 입당과 소련군 편입 등을 이유를 대고 있지만, 당시의 실상은 학자들 사이에서 엇갈리고 있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영화로도 나온 '봉오동 전투' 외에는 잘 모른다는 게 문제다.

 

만주와 간도의 독립운동기록은 물론,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적대적으로 벌어진 좌우 투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홍범도 장군의 행적에 대한 평가는 이런 역사적 배경과 당시의의 생존 조건 등을 충분히 논의하는데서 시작했어야 했다. 육사라는 특수한 장소에 어울린다 안어울린다는 따지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할 때 논의가 나와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어떤 게 옳은 일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31일 신문 기사들을 보면 정부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잡은 듯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홍범도 장군의 항일 투쟁, 자유시 참변 때의 행적, 이후 1943년 사망 전 까지의 삶 등을 제대로 살펴보면서 우리 독립운동사의 한 부분을 되짚어보는 건 어떤가? 우파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현 정부가 이런 역사 투쟁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그런 부분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국방부는 그런 점에서 서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