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5.4℃
  • 흐림강릉 27.3℃
  • 흐림서울 27.2℃
  • 대전 24.8℃
  • 대구 26.7℃
  • 흐림울산 29.3℃
  • 광주 26.3℃
  • 흐림부산 29.7℃
  • 흐림고창 26.9℃
  • 제주 27.1℃
  • 흐림강화 26.4℃
  • 흐림보은 25.3℃
  • 흐림금산 25.2℃
  • 흐림강진군 25.7℃
  • 흐림경주시 27.9℃
  • 흐림거제 29.0℃
기상청 제공

'국제질서 파괴전략' 국가 북한·러시아의 세계질서 흔들기

김정은 "4년만에 방러, 북러관계 전략적 중요성 뚜렷이 표현"
북러 무기 거래 및 대북제재 무력화 시도...크렘린궁 "미국의 경고보다 북러 이익이 중요“
CSIS “북러 간 점증하는 군사협력 막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제한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위성·로켓 기술 개발의 핵심인 아무르주 소도시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오는 16일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도 만난다.

 

이들의 만남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불안과 우려로 점철돼 있다. 미국의 목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러시아와 북한이 흔들어대고 있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푸틴과 김정은이 무기 거래 가능성을 논의하는 서신을 교환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익명의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김정은과 푸틴이 이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푸틴은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에 포탄과 대전차미사일을 공급해주기를 원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김정은은 위성과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을 전수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이 전날 새벽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에 도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통신은 “조러(북러) 친선협조관계를 새로운 높이로 승화발전시키기시기 위해” 러시아를 공식방문하는 김정은이 탄 전용열차가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6시 하산역 구내로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하산역에는 러시아 육해공군 명예위병대와 군악대가 정렬했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연부 장관,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비롯한 러시아 중앙과 지방 간부들이 영접을 나왔다. 김정은은 역사 응접실에서 진행된 러시아 측과의 환담에서 “2019년에 이어 4년 만에 또다시 로씨야(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세계적인 공공보건사태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로씨야련방에로의 길에 오른 것은 조로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우리 당과 정부의 중시 입장을 보여주는 뚜렷한 표현으로 된다”고 했다. 북러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방점을 찍은 것이다.

 

북한은 1948년 정권 수립 이래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질서에 도전하며 한반도 적화통일이라는 수정주의적 국가 목표를 추구해왔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철폐 등 한반도 질서의 현상변경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국제사회의 반대와 제재를 무릅쓰고 강행 중인 핵무장 정책은 북한의 대표적 '혁명적 현상타파 전략' 즉, '국제질서 파괴전략'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명분은 나토(NATO)의 동진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북한과 러시아와 같은 현상타파(현상변경 또는 수정주의) 국가는 기존의 국제질서에 반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권력 특히 군사력 확장을 통해 국제질서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편하려 한다.

 

미국 정부는 12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에 거듭 우려를 표하면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면 추가 행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거듭 촉구했다.

 

미 국무부의 매튜 밀러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밀러 대변인은 “(무기 거래는) 러시아 정부가 처한 절망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실패한 전쟁이 1년 반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할 것이며 필요에 따라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북러 정상의) 만남은 무기 협상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이전의 공개 약속을 지킬 것으로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6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산하 비욘드 페러렐(Beyond Parallel)이 분석했듯이 북러 간 점증하는 군사협력을 막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제한돼 있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대북제재의 무력화도 시도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안보리에서의 사안에 대한 프로세스도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북한 친구들과 이 주제에 대해 논의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북한이 대형 무력 도발을 재개한 이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거부권을 내세우며 대북제재 채택을 계속해서 제지해왔다. 비확산 국제 질서 유지보다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더 중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북한과의 무기거래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미국의 경고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북한을 포함한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고가 아닌 양국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양국 간 군사 협력이 확대되면 그것은 곧 대북제재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