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시절 체결된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 계약으로 인해 난리가 났다. 대통령실은 19일 윤석열 정부 시절 체결된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 계약과 관련해 원전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WEC)와 체결된 불평등 계약에 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한수원과 한전이 원전을 수출할 때 원전 1기당 1억 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납부하고 6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매국 계약”이라며 총공세를 폈다.
WEC 측에서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했다며 자국 법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제동을 걸었다.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부터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신들의 기술을 불법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수출을 국정과제로 삼았고, 소송전이 장기화될 경우 체코 원전 수주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소송을 마무리 짓기 위한 합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4월,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법원에 소송 취하를 통보하며 합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원전경제성 기록까지 숨기고 조작하다 탄로가 나 관련 장관이 재판이 회부돼 있는 문정부시절의 탈원전 정책을 되돌리려고 마치 윤정부가 억지로 원전수출을 감행하려고 불공정한 “매국 계약”을 체결이라도 한 듯이 여당과 용산이 난리가 난 것이다. 호떡집에 불난 모양이 이런 것인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 출석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그 수준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답했다. 체코 원전은 한기당 12조원 정도로 계약서에는 원전 1기당 1억 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6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이 추가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순수한 기술사용료는 원전 1기당 1억 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이다. 한기당 12조원 정도 원전을 수주하는데 기술 사용료를 약 2400억 원을 지불한다는 계약이다. 아마 황주호 한수원 사장의 “그 수준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는 증언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 듯 보여진다.
더구나 체코는 앞으로 3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어서 4기 모두 수주하면 48조원에 달한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으로 일감이 없는 국내 원전업계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물품 및 용역 구매는 원전건설과정에서 필요한 물품과 용역을 구매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1기당 1조원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대서특필 난리다.
미국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원전 건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원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19일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전 수출 합의 내용에 대해 “미국 측 기술과 다르다는 보증을 제공하면 문제가 없을 내용”이라며 “원전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와 분쟁거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과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한국형 원자로 ‘APR1400 노형’을 개발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런 이유로 지난해 한국형 원전의 체코 수출에 대해 지재권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원천기술이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합의라는 반론도 있다. 국내 조선업체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할 때 LNG 보관설비(화물창) 원천기술을 가진 프랑스 GTT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한 ‘K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 방안이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연히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이 타결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미국에 원전을 건설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협약이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원전 사업을 따내려면 웨스팅하우스 입장에서도 시공과 유지·보수 능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보다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형 원전 300기를 건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불황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한국에 엄청난 먹거리가 확보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미 원전 협력이 ‘제2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의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지만 시공 능력이 없어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도 한국과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미국 원전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방안은 양국 기업이 원전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윈윈’ 모델로 평가받는다.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원전 협력이 공식화되면 K원전이 K조선업처럼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수원이 합작투자 방식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이 내용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형모듈원전(SMR)과 달리 대형 원전 시장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미국 방문을 계기로 다양한 협력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의 미국 원전 시장 진출 등 양국 간 원전 협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050년까지 원전 약 300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로선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위해서라도 원전 재건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원전업계에서는 원전 설계 시공 건설 운영 유지 보수에서 세계적인 한수원과 이 분야 지재권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 간에 지식재산권 협상이 타결된 후 미국 시장 진출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매국 계약” “불공정계약”이 아니라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는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답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한 이정부의 123개 국정과제에는 원전은 언급이 없고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정책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서해안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산업단지로 가져올 송전선 건설사업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만 포함되어 있다. 더구나 산업통산자원부 소관인 에너지 정책을 환경부로 이관한다고 한다. 환경부장관은 친환경론자가 임명되었다. 미국 등 세계각국이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값싸고 질좋은 원전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외톨이 정책이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백년대계다. 300기 미국 원전사업 참여는 한국경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념보다는 오직 국익만 생각하는 결론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옛날 생각이 하나 떠오른다. 오래전 경제개발 초기 기름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1962년 정부는 미국 걸프 오일사와 합작해 대한석유공사라는 국영 정유기업을 설립했다. 그러나 그 당시 한국은 정유 관련 아무런 원천기술이 없어 지재권을 둘러 싸고 대한석유공사가 했던 걸프와의 계약이 불평등계약이라는 논란이 비등했다. 그 계약을 체결했던 박정희정부를 독재정권으로 몰아세웠던 진영에서는 특히 거세게 몰아세웠다. 70년대 대학을 다니며 경제학을 공부하는데 심지어 교수들도 불평등계약이라며 열을 냈다.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에 이익을 몰아주는 매판자본이라는 비난도 등장했다. 젊은 학생 입장에서 덩달아 흥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한국은 이제 경제적으로는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에 다다렀다. 그런데도 한국이 가지고 있지 않은 지재권의 사용료를 두고 불평등계약이니 매국계약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모습이 아직도 나오다니 한국의 의식수준은 여전히 60년대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 62년 설립된 대한석유공사는 국내 석유 공급 안정화와 석유화학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석유 한 방울 안나는 한국이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지재권이란 이런 것이다. 지재권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럴 시간에 지재권 개발에 진력해야 한다.
문 정부 시절 한국에서는 느닷없이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심지어 일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사람들조차 토착왜구라는 비난이 비등했다. 이런 가운데 원천기술이 강한 일본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문제가 대두되었다. 한국은 일본의 소부장을 이용해 제조를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비등하는 반일감정 속에서 소부장은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였다. 문 정부는 소부장 육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소부장은 우선 고급인력이 양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말로만 소부장 육성이지 20년 넘은 고교평준화정책 10년 넘게 지속되어온 대학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하락하고 대학들은 실험실습기자재 구입은커녕 우수 교수도 초빙 못할 정도로 재정이 거의 파탄이 나 있는 상황이다. 문정부가 외치던 소부장 육성 정책은 그 후 사라졌다. 지재권 소부장 고급인력양성 등은 이념이나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소리없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국이 선진국에 안착할 수 있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