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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신문 읽기] 중국發 '딥시크 쇼크'… 조선 "과학 기술 등한시하면 더 큰 충격"

“美, 딥시크에 ‘AI판 스푸트니크 모먼트’ 분석… 韓, 中 견제 반사이익 기대에 충격”(조선일보)
“韓, AI 3대 강국 도약’ 외칠 뿐 뒷짐만… 글로벌 AI 100대 기업에 韓 기업 단 한 곳도 없어” (동아일보)
“여야 각성·대기업의 과감한 투자·AI 연구자들의 도전정신 요구” (중앙일보)
“딥시크, 자본금 20억 원·R&D 인력 약 200명… 가성비 AI로 기술 격차 해소 가능성 생겨” (한국일보)
“제2의 딥시크 생겨날 것… 오픈AI·구글 수준의 투자금 확보할 수 없다는 패배 의식 빠져 있는지 성찰해야” (매일경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의 오픈AI인 챗GPT나 메타의 라마보다 약 10분의 1 비용으로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내자, 우리나라의 AI 경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과학 기술을 등한시해 혁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준엄한 경종”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와 한국일보 등은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31일 <중국發 딥시크 쇼크, 한국 경제 닥쳐온 '공포의 순간'>이라는 사설을 통해 “미국에선 딥시크의 등장을 ‘AI판 스푸트니크 모먼트’에 비유하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며 “냉전 시절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먼저 성공시켜 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에 버금가는 대사건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설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한국에도 큰 충격”이라며 “미국이 미래 첨단 분야에서 중국을 막아 한국의 방파제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오산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수 인재가 의대로만 몰리는 나라가 매년 150만명 이상 공학 전공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중국과의 경쟁을 이길 수는 없다”면서 “‘딥시크 쇼크’는 과학 기술을 등한시하고 혁신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사회에 대한 준엄한 경종”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전 세계 흔든 中 ‘딥시크 쇼크’… 韓엔 더욱 버거워진 AI 경쟁>이라는 사설에서 “한국은 입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외칠 뿐 뒷짐만 지고 있다“며 ”글로벌 AI 100대 기업에는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고 우려했다.

 

사설은 “AI 산업 정책을 주도하겠다며 지난해 9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정국 혼란 속에서 개점 휴업 상태”라며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확충특별법 처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딥시크의 공습은 한국에 위기이기도 하지만 대응을 잘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전력 생산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미국 빅테크와 겨뤄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다. 민관이 함께 똘똘 뭉쳐 기술 혁신에 매진하면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기술 규제 속에서도 급성장한 중국 AI, 딥시크의 충격>이라는 사설을 통해 “저비용 고성능보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의 반도체 및 AI 관련 핵심 기술 규제를 사실상 극복했다는 점”이라며 “기술 규제만으로 중국의 AI 발전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사설은 “AI용 GPU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한때 17.7%나 하락했다”며 “기술 도용이나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딥시크의 등장은 향후 세계 AI 기술 경쟁과 시장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해 4월 AI 기술을 바이오·양자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3대 ‘게임 체인저’로 정했다”며 “여야 정치인들의 각성과 대기업들의 과감한 투자, AI 연구자들의 혁신창업에 대한 도전정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세상 뒤집은 가성비 AI '딥시크', 우리도 못할 이유 없다>라는 사설에서 딥시크에 대해 “자본금은 20억 원, 연구개발(R&D) 인력도 200명이 안된다”며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명문대 졸업 20·30대”라고 설명했다.

 

사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AI 인프라에 총 5000억 달러(약 710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구상을 발표했다”며 “2030년까지 AI 최대 강국을 목표로 한 중국은 10조 위안(약 2,000조 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치 혼란에도 AI 투자와 지원은 계속돼야 안보와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며 “딥시크로 더 커질 AI 시장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천문학적 투자비와 과도한 에너지 소비 문제도 가성비 AI로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매일경제는 <저비용 AI 혁신 보여준 中딥시크 쇼크>라는 사설을 통해 “딥시크가 개발비를 놓고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소비자들은 값비싼 사용료를 내고 미국 AI를 쓸 필요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며 “딥시크가 '저비용 고성능 AI'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는데, 세계 AI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제2의 딥시크가 되겠다고 나설 게 틀림없다. 한국이 그 경쟁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 오픈AI나 구글의 개발 방식을 답습하며, 그들 수준의 투자금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패배 의식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닌지 성찰할 때”라고 당부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