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 당국이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 파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불법 체류 혐의로 구금하자, 언론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매일경제는 “불법 체류자로 가게 된 데에는 미국의 비자 정책 책임이 크다”고 밝혔고, 동아일보도 “대미 투자를 압박하면서 비자 발급 문턱은 높였다”며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하면 어느 누가 투자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매일경제는 8일 공장 지으랄 땐 언제고 … 韓 근로자 300명 잡아간 美>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렇게 된 데는 미국의 비자 정책 책임이 크다. 전문직 취업(H-1B) 비자 등 현지 근로가 가능한 비자는 발급 수효가 제한적인 데다 시간도 수개월이 걸린다”며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싱가포르·호주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서 H-1B 비자 발급 쿼터를 할당하면서도 같은 FTA를 맺고 있는 한국에는 쿼터를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 주의 및 시정 요구를 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급습으로 이슈화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심 끝에 미국 투자를 결정한 기업의 편의를 봐주긴커녕 사람을 잡아가니 황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일각에선 미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을 상대로 미국 국민을 고용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면서 “수조 원짜리 투자를 하면서 본사에서 감독조차 안 할 수는 없다. 동맹에는 예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도 이날 <韓 근로자들 불체자로 전격 체포한 美… 공장은 어떻게 짓나>라는 사설에서 “한미 경제 협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서라도 석방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비자 발급 문턱은 높이는 모순적 정책을 취해 왔다”고 밝혔다.
사설은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인 한국 기업 중 일부는 벌써 관련 직원들의 미국 출장을 중단했다”며 “1500억 달러를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는 마스가(MASGA) 참여 기업들도 미국에 인력 파견이 필수적인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투자를 독촉하면서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기업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하면 어느 누가 투자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韓 근로자 체포 재발 방지책 시급히 마련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미측의 ‘제조업 부활’ 정책에 한국 정부·기업이 호응하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니 황망할 뿐”이라며 “오죽하면 미 유력 언론들조차 ‘가까운 동맹에 사전 통보도 없었다’고 지적했겠나”라고 토로했다.
사설은 “이제 한국 기업들은 미국 투자 결정을 할 때 미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정책 변동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게 됐다”면서 “미국이 말하는 ‘동맹’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투자 혜택은 정권이 바뀌어도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에 계속 투자해야 하나’라는 국내 여론을 가감 없이 미측에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며 “원활한 비자 발급 등 미국 투자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