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을 학문적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2025년 건국학술대회’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박물관(구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기념사업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면서 건국정신과미래학회와 주호영 국회 부의장, 윤상현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대주제는 “87체제를 넘어 제7공화국으로!”이며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의 문제점들을 분석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개회식에서는 최원목 학회 회장의 개회사와 주호영 국회 부의장과 윤상현 의원의 환영사(서면), 김남수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김유광 부회장 대독)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축사가 이어졌고, 이후 2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다수의 정치학자, 역사학자, 헌법학자, 정책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1세션은 김광동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과 이주천 원광대 역사학 명예교수가 각각 ‘87체제의 문제점과 정치적 파급영향’, ‘87체제하 한국역사학의 좌경화 실상’이라는 주제로 발표했고, 좌장은 제성호 중앙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지정 토론자로는 정영순 한국학중앙연구원 북한학 교수와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 명예교수가 참여했다.
김광동 전 위원장은 87체제에 대해 “기본권 보장과 권위주의 정치의 퇴조, 헌법재판소를 중심으로 한 헌정 질서 보장 등 한국 민주주의 성숙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5년 단임제의 폐해와 정당 제도의 불안정, 선거에 의한 선출직 독점화, 선거를 중심으로 한 사회 이분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와 부통령제 도입, 국회 탄핵제와 대통령 사면권 보완 등을 새 헌법 개정 방안으로 제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는 거짓 신화가 특정 세력의 권력 독점을 부르고 전체주의 지향을 만드는 원인이 됐다"면서 "87체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과도한 낙관으로 민주주의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2세션은 박인환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호선 국민대 법대학장이 헌법 기본권과 권력구조 개헌을 고찰했다. 이어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호선 교수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와 함께 국민거부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도는 국민이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해 직접 거부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으로, 현행 헌법 체제 하에서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리인이 아니라 정당의 대리인으로 기능하고 있어 국민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회의 권한은 헌법상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인 만큼, 위임자의 의사에 반할 경우 철회 가능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87체제에서 입법 권력은 정당에 포획돼 시민과 멀어졌다"면서 "행정부 단임제 대통령의 한계로 책임성과 정책 연속성이 떨어졌고, 사법부는 전관예우와 정치권 진출 등으로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되는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역사학자와 헌법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으며, 관련 연구자 및 정책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학술대회를 통해 도출된 ‘87체제의 비판적 고찰’은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체제전쟁을 겪고 있는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에도 시사점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