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한 정치적 탄핵"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사퇴 여부에 대해선 "그럴 생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원장은 29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마디로 말하면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한 이런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그렇게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민주당이 탄핵 사유로 제기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부실 감사'에 대해 "저희가 조사한 내용 그대로 전부 감사보고서에 담았다. 저희가 조사한 것은 거기까지다. 그 이상은 확인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조사를 안한 것이 아니라 저희가 조사를 최대한 했는데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다.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감사했다"고 했다.
최 원장은 '탄핵안이 가결될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됐으면 좋겠다"면서 "만약 그게 된다면 그때 가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민주당이 또다른 탄핵 사유로 '국정감사 위증'을 제시한 것에 대해선 "국정감사 때 충실히 답변했다고 생각하고 위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확하게 무엇을 위증했다고 하는지 제시하는 바 없다. 국민께서 TV로 국정감사 현장을 다 보셨을 테니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최 원장 탄핵을 추진하기로 한 것에 대해 “감사원을 길들이고 정상적 직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최 전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서 “감사 결과가 특정 정치세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감사원장을 탄핵한다면 결국 감사원을 정쟁의 한 가운데로 끌고 들어가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탄핵은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최후 수단”이라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 사유들이 과연 명백하고 중대한 법률과 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에 대한 상당한 증거를 갖추었는지도 의문”이라고 개탄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서울중앙지검의 이창수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과 최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4일 표결할 방침이다.
탄핵소추가 의결돼 최 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감사원법에 따라 재직기간이 긴 감사위원이 원장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조은석 감사위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그는 지난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처분을 두고 감사원에 맞섰던 인물이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