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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오정근 칼럼] 불안한 환율, 관세협상 타결과 재정안정 중요

환율 1500원대까지 치솟을 거란 불안감… 미·중 갈등 격화 속에 EU마저 보호무역 기조로

외환당국이 13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30원대를 돌파하자 구두개입을 실시했다.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공동으로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430원대를 돌파하며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돌파하자 외환 당국이 구두개입까지 나선 것이다. 기재부와 한은의 공동 구두개입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오른 지난해 4월 중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10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원인으론 일차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선불’ 요구에 따른 관세 협상 장기화가 지목된다. 다만 외국인들은 이 와중에도 국채 선물 매도세와 국내 증시 매수세의 상반된 흐름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이날 3600선을 돌파하는 등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국가부채와 산업 경쟁력 등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없인 장기적 상승세를 이끌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달 한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4465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선 3년 만기 국채 선물을 7조3257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국채 투매는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경기 침체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부동산 상승세 등으로 기준금리 동결 관측이 더 강한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23일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이 “기준금리 결정 시 금융 안정에 더 초점을 두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은 국내 증시로 유입되며 최근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 개장한 어제 코스피지수가 3600을 돌파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일 3500을 넘어선 데 이은 기록 행진이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힘입어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한 덕을 크게 봤다. 코스피지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33%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10%대인 미국 지수 상승률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위한 빚이 급증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주가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은행의 마이너스대출은 8000억원 이상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 잔액은 최근 석달 새 12% 늘어 23조5000억원에 이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의 그제 지적처럼 증시에 급격한 조정이 온다면 빚을 끌어들인 투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한편 장기간 연휴를 마친 코스피 지수는 장중 사상 첫 3600선 등반에 성공했다. 추석 연휴 인공지능(AI) 수요를 중심으로 글로벌 랠리가 이어지면서 국내 반도체 관련주도 함께 상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3600을 돌파했지만 환율을 끌어내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통상 주가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은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이런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로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 점이 꼽힌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좇는 국내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규모 현금 투자 압박이 해소되지 않은 점도 고환율이 이어지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더 큰 우려는 원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환율은 상승)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달러인덱스 상승 등 강달러를 배경으로 1480원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올 7월 1370원대로 하향 안정됐다. 그 후 미국과의 관세 세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1420원대로 다시 치솟았다. 연초 이후 달러 가치가 세계적으로 10%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일본의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64)가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로 선출되면서 일본 증시는 급등하고, 엔화는 약세를 보인데 따른 효과도 가세했다.


다카이치가 재정 확장과 금융완화를 표방하면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추진하던 '아베노믹스'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보다 원화 약세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 엔화 약세는 새 총리 선출 이후 양적완화 재개 전망에 따른 것이어서 구조적 불확실성을 보이는 한국과는 양상이 다르다. 일본에선 차기 총리로 유력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아베노믹스를 이어받아 ‘사나에노믹스’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엔화 가치가 4% 가까이 급락했다. 유럽에선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예산안 관련 갈등 끝에 임명 27일 만에 사임하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냈다.


시장 일각에선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길어지는 와중에 유럽연합(EU)마저 보호무역 기조로 돌아서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로서는 걱정이 적지 않다. 대미 투자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관세 협상 장기화와 성장률 저하인데 원래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이 감소해야 하는데 미국 관세정책에 따라 환율이 올라도 수출이 늘기 어려워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은 대미 협상을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 짓고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조기에 불식하는 게 시급하다. 환율 문제는 국가 대외신인도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론 대외 여건 변화에도 기업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220억2000만달러(약 600조원)라고 밝혔다. 지난 8월보다 57억3000만달러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 말 4046억달러로 약 5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었는데, 이후 4개월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운용 수익이 늘고 분기 말 효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도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 말 기준 4163억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3222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3242억달러), 스위스(1조222억달러), 인도(6954억달러), 러시아(6895억달러), 대만(5974억달러), 독일(4682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64억달러), 홍콩(4216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 같은 규모도 미국 측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은 3500억달러 투자를 전액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 없이 최대로 조달 가능한 금액을 200억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 자금 150억달러와 외화채권 조달 50억달러 정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현 외환보유액상 직접투자 여력’에 대해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법률 리스크 해소를 전제할 경우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 외환시장 매입 등 외환보유액 감소를 초래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는 외환당국의 자금은 연간 150억달러(약 21조원) 내외”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부문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한국계 외화채권(KP) 발행 등을 통해 연간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로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제기구 권고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3개월 치 수입대금 △유동외채 △외국인 증권 투자의 33% △거주자 외화예금 등을 모두 더해 산출한다. BIS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7053억달러까지 증가한다. 한국은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하는 실정이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