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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풍문이 고급정보로 둔갑하는 시대, ‘서사’에 속지 않고 논리를 따지는 시민의식 중요”

28일 프레스센터서 트루스가디언 창립 3주년 기념 심포지엄 성료
"피싱 범죄조직, 전문가 수준의 투자·증권 용어 구사해 속지 않을 수 없어"
"가짜정보 차단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즉각적으로 신뢰 회복할 구조 설계해야"
"가짜뉴스 수사 보완 필요하나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언론 입틀막 우려"

 

가짜뉴스 척결과 바른언론 생태계 조성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단법인 바른언론시민행동(공동대표 오정근·김형철)이 트루스가디언 창립 3주년을 기념해 ‘가짜뉴스 3.0 시대-민생과 시장경제 보호를 위한 대응 전략’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딥페이크 기술은 날로 발전해 딥페이크 차단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근에는 AI(인공지능)의 딥러닝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합성한 가짜뉴스(fake)인 딥페이크(deep fake)가 선거판을 뒤흔드는 사례도 등장하면서 국내외에 ‘딥페이크 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2년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김대업 병풍사건을 능가할 파장이 미칠지도 모른다”면서 “보이스피싱과 사기성 가짜뉴스는 물론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가짜뉴스도 자본시장 교란으로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49대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이날 행사 참석자 전체를 격려하는 축사를 남겨 박수를 받았다. 김 전 부총리는 “과거 미국 해변가에서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이 비도덕적인 일탈 행동도 서슴지 않을 때, 한 기자가 미국은 장래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때 어떤 칼럼니스트가 ‘걱정하지 마라’면서 ‘지금도 예일대나 프린스턴대 도서관에서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하는 학생들이 미국을 이끌 것’이라고 썼다”며 “우리 사회가 가짜뉴스가 범람을 하고 점점 심화된다 해도 오늘 참석하신 분들이 행동해주시면 분명 달라질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이어진 세미나에선 먼저 ‘AI 딥페이크 및 가짜 정보가 6·3지방선거에 미칠 파장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신율 명지대 교수가 발제했다. 신 교수는 “법이 존재함에도 수사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뉴스, 조작된 사진 혹은 동영상을 퍼뜨리면, 해당 범죄자의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간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악의적 의도’는 본질적으로 주관적 영역에 속하므로, 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당초에는 가짜뉴스로 지적된 내용이 시간이 흐른 뒤 사실로 입증될 때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이 때문에 언론은 조금이라도 문제 소지가 있을 것 같으면 아예 의혹 보도를 하지 않게 될 텐데 그렇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가짜뉴스 수사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적인 보완은 물론 필요하지만, 언론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인철 변호사도 “중앙선거관리위원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의 선거기사심의제도를 통한 조치로서 정정 또는 반론보도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고 시기적으로 늦다”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선거방송심의의 경우에는 해당 프로그램의 정정, 수정, 정지와 프로그램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사업자나 제작자에 대한 제재가 있지만 권고와 주의가 대부분으로 제재 수위는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민생을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및 사기 실태와 대책’을 주제로 심무송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통합대응단 경정이 발제했다. 심 경정은 보이스피싱과 투자리딩방 등을 언급하면서 “범죄조직들은 20대 젊은이들인데도 투자와 증시 전문가들이 구사할만한 전문 용어와 전문 지식을 내보인다. 그러니 속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혼자 범행하지 않고 역할분담형 점조직 형태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어 일부가 검거되어도 신속히 대체 가능하다”며 “그렇기에 주요 범행수단을 선정해 수단별 대응을 통한 피싱 생태계와 범죄 환경을 타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범행수단별 경찰의 대응 전략 수립과 금융제도 개선을 언급하면서 “접수관할서 중심의 단발성 수사로는 사실상 대응이 불가하기에 주요 범행수단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원팀'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행수단별 대응 과정에서 대외협력은 필수”라며 “통신사, 카카오, 삼성 등과 5년 이상의 협업으로 강력한 업무 네트워크를 구축해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임안나 SC제일은행 전무는 “주요 은행의 보이스피싱 추세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모 은행의 경우 2024년 사기이용 계좌는 6512계좌에서 2025년 1만 7054계좌로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임 전무는 “싱가포르는 통신사에 대한 책임 부과를 통해 스팸 문자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 계좌에 대해서는 자금인출을 제한하는 등 금융회사와 기업, 정부가 협업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한도 해제에 대한 예외 인정 범위를 축소하고, 지연 이체 범위를 확대, 한 번이라도 대포계좌를 개설한 자에 대해서는 금융거래 퇴출 가능성도 검토하는 등 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검사국장을 지낸 하은수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기업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가짜경제 정보와 기업의 위기 대응’이라는 발제를 통해 “가짜 경제 정보는 더 이상 단순한 풍문이나 일회성 오보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며 “시장 신뢰는 사후 처벌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허위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기 전에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신속하게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고문은 문제의 국내 사례로 2012년 대선 테마주 사례를 들기도 했다. 당시 일부 기업들이 특정 대선후보와 관련이 없는데도 학연이나 인맥 같은 느슨한 연결고리 때문에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락하기도 했다. 기업이 관계성을 부인해도 소용이 없었다. 2015년 자율 해명공시 제도를 도입해 일부 개선됐다고는 하나, 기업이 가짜뉴스 초기 단계에서 사실이 아님을 해명하고 싶을 때 그 통로가 충분한지에 대해 하 고문은 의문을 제기했다.

 

하 고문은 기업의 대응 원칙으로 신속성, 일관된 메시지, 공식 채널 우선, 증거보전 등을 제안했고,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초기 해명권의 실효성 확보, 플랫폼 운영업자의 최소한의 자료 보관 책임, 허위 정보와 이상거래를 결합한 대응체계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이사는 “현재의 시장은 정보가 유통되는 즉시 반응하고, 검증은 사후에 이루어지는 역전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은 이제 ‘진실 여부’보다 ‘전파 속도’와 ‘자극적 개연성’에 먼저 움직인다. 그 와중에 시장은 논리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강력한 ‘서사’에 지배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이사는 “정보를 규제하려 노력하지만 실제 우리가 다뤄야 할 것은 ‘속도’”라며 “가짜 경제 정보 문제는 정보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 기반의 시장 구조가 낳은 시스템적 부작용”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후적으로 정보를 차단하는 것보다는 기업이 즉각적으로 신뢰를 증명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심민섭·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