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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북한의 ‘오물 풍선’, 노림수는?

"대북전단 살포 막으려...남남갈등 또는 남한 내부의 불안감, 불안심리 키우는 차원"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이 전국을 뒤덮었다. 북한이 쏘아올린 대남 풍선에는 가축 분비물이 들어간 거름, 담배꽁초, 종이 쓰레기 등 오물이 든 봉투가 달려 있었다. 북한이 오물 쓰레기가 든 풍선을 남한으로 대량 살포한 노림수는 무엇일까?

 

합동참모본부는에 따르면 북한이 28일 밤부터 29일 오후까지 살포한 오물을 매단 풍선이 지금까지 중부지방은 물론 남부지방까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됐다. 합참은 “확인된 대남 풍선은 260여 개로 하루 사이 살포한 것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선전부부장은 29일 밤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의 표현의 자유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며 “우리가 저들이 늘쌍 하던 일을 좀 해보았는데 왜 불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야단을 떠는지 모를 일”이라고 조롱했다.

 

앞서 대북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0일 오후 11시쯤 대북전단 30만장과 트로트 동영상 등이 든 USB 2000개를 풍선에 실어 북으로 보냈다. 북한 국방성 부상은 지난 26일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휴지장과 오물짝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은 29일 새벽 서해 지역에서 남측을 향해 GPS 전파 교란 공격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은 ‘회색 지대(gray zone) 도발’로 분류된다. 전쟁이 아닌 군사 수단으로 한국사회를 흔들어 놓으려는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과 정부가 이런 심리전, 복합 위협에 과연 동요하는지 테스트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낸 이유에 대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채널A 뉴스에 “우리 국민들은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는 등 쓰레기와 오물, 위생에 대해 대단히 예민하기 때문에 오물을 보내 국민들을 불쾌하게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들이 불편함을 느껴 우리 정부에 탈북단체들이 북한으로 대북 전단을 보내지 못하게 요청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탈북민 단체들이 북으로 보내는 대북 전단지에는 미화 지폐(1달러)나 남한 드라마 등이 담긴 USB메모리, 사탕 등이 담겨있기 때문에 군인이나 북한 주민들이 이를 주워 팔기도 한다”며 “하지만 과거 북한이 보낸 선전물 CD나 대남전단지에 우리 국민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남한 국민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위생적인 부분을 건드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이날 YTN 방송에 “북한이 대남 심리전을 강하게 시작하고 있다”며 “대북전단을 북측으로 날려보내는 대북단체의 행동 자체를 아예 봉쇄시키겠다, 이런 차원에서의 접근이라고 봐야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낸 이유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심리적 충격을 극대화시킨다는 측면도 있다”며 “북한에서 아마 이런 대남전단을 뿌리는 것에 대해서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 이것을 상당히 선전, 홍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실패한 직후라는 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며 “전날 실패한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부정적인 입장을 상쇄시키고 그 분위기 자체를 돌리는 그런 차원에서의 대남 심리전을 강하게 시작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상당 기간 남측을 향해 대남전단을 살포한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남측 내부의 갈등 또는 남남갈등 또는 남측 내부의 불안감, 불안심리 등을 키우는 차원에서 북한이 다양한 노림수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의 오물 풍선은 북한의 도발에 비례적 대응을 유지해온 윤석열 정부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정지하는 등 비례적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오물 풍선 도말에는 이런 식의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의 오물 풍선이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에 직접적 피해를 끼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심리전 차원의 공격을 자행한 만큼 우리도 심리전으로 대응해야 할 수밖에 없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1순위로 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는 모두 철거됐지만, 현재 군 당국은 결단만 내리면 방송 재개를 당장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북 간 상호적대행위 중지를 명시한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북한의 일방 파기 선언으로 사실상 사문화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