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가짜뉴스가 판도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선거를 6일 앞둔 2011년 10월 20일 야권 성향 주간지 <시사인> 온라인판은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이 연회비 1억원의 강남 피부 관리 전문 의원을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격했다.
당시 시사인 기자는 피부클리닉 원장에게 "가장 비싼 게 얼마냐. 한 장(1억원)이냐"고 묻고는 원장이 수긍하는 듯한 대답을 하자 회원들 말이라며 "1억원 회비는 누구도 깎을 수 없는 이곳의 철칙"이라고 보도했다.
야권 단일후보였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 측은 시사 주간지 <시사인> 보도를 인용하며 ‘나경원 피부과 1억원’ 가짜뉴스를 캠프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확대 재생산했다. 야권은 "나 후보는 뼛속까지 0.001% 특권층 후보"라며 ‘신종 귀족후보’ 프레임으로 일제히 총세에 나섰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 다른 ‘나꼼수’ 패널들 역시 이같은 보도를 앞세워 나 후보를 강도 높게 공격했다. ‘나꼼수’는 심지어 나 후보의 성형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야권을 향해 “엄마로서 결코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제 딸아이의 문제까지 그들은 저를 공격하기 위해 이용했다”며 “정치판에 들어오면 어쩔 수 없겠지 하고 참아도 봤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다운 증후군 딸의 피부 관리를 위해 치료비로 500만원 정도를 냈다”고 구체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 성향의 언론들은 “나경원 후보가 딸 아이를 팔아 변명하고 있다”고 거듭 공격했다.
2011년 10월 나경원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로 ‘나꼼수’ 출연진을 고발했다. 2012년 1월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정봉주 전 의원은 무고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나 후보를 맞고소했다.
한겨레는 2011년 10월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피부 관리 전문의료원 ㄷ클리닉(사진)의 김아무개 원장을 직접 만났다며 나 후보가 이곳에 다닌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다음날(21일)에는 나 후보가 시술을 받은 피부클리닉에서 시술을 받은 한 회원의 인터뷰 동영상이라며 13분 46초 길이의 정체불명의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ㄷ클리닉에서 지난 몇해 동안 시술을 받아와 사정을 잘 안다는 50대 여성 ㄱ씨와 업계 관계자 ㄴ씨, 그리고 시민단체 관계자 등 세 사람이 나눈 대화가 담겨 있다. ㄱ씨는 “(ㄷ클리닉의) 연회비는 1억”이라고 말했다. ㄴ씨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거들었다. 대화 내용 중에는 나경원 후보가 언젠가 예약을 안 하고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것을 봤다는 내용도 나온다. 나 후보가 딸과 함께 이곳에 다녔다며, ㄷ클리닉에 ‘가족회원’이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ㄱ씨는 “가족 단위가 많다”며, 가족회원의 회비도 “1인당 1억”이라고 했다.
결국 나 의원은 '연회비 1억원 피부 관리실 출입설' 등 가짜뉴스로 치명상을 입고 7%p 차이로 낙선했다. ‘1억 피부과’ 가짜뉴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와 함께 나 후보의 결정적 패인(敗因)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 3개월 후인 2012년 1월 30일 경찰수사로 '나 후보가 피부과에 쓴 돈은 550만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나 후보는 D피부클리닉에 작년 2월부터 선거 직전까지 딸과 함께 10차례 갔고 두 사람 치료비로 55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D클리닉의 한 해 회비는 최대 3000만원으로 연회비 1억원의 회원권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