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1.1℃
  • 흐림강릉 22.0℃
  • 흐림서울 23.1℃
  • 구름많음대전 23.7℃
  • 대구 22.4℃
  • 울산 22.7℃
  • 흐림광주 24.9℃
  • 구름많음부산 25.6℃
  • 흐림고창 25.4℃
  • 맑음제주 27.3℃
  • 구름많음강화 21.9℃
  • 흐림보은 22.1℃
  • 구름많음금산 23.8℃
  • 구름많음강진군 25.3℃
  • 흐림경주시 22.3℃
  • 구름많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가짜뉴스 모둠

[선거판을 뒤흔든 희대의 가짜뉴스 ⑦끝]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 가짜뉴스로 대선 승리 노렸던 김만배-신학림의 허위 인터뷰

한국일보 언론사 선후배 김만배-신학림, 좌파성향 뉴스타파 통해 대선 3일 전 허위 인터뷰에 기반한 '가짜뉴스' 유포

 

이른바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인물은 봉지욱 기자(전 JTBC, 현 뉴스타파)였다. 2022년 2월 21일 당시 JTBC 소속이던 봉 기자는 ‘2011년 2월 조우형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두 번째 대검 조사를 받을 때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 줬고,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고 보도했다.

 

●20대 대선 불과 사흘 앞두고 공개된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사흘 앞둔 2022년 3월 6일 오후 9시 40분.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의 인터뷰를 교묘하게 편집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때 브로커 조모씨에게 커피를 타 줬다’며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연계된 대장동 수사를 윤석열이 무마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녹음 파일에는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2011년 조우형씨가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박○○ (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김만배는 “내가 박영수를 소개해 줘”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었지” “통할 만한 사람을 소개한 거지” “통했지. 그냥 봐줬지”라고도 했다. 즉 대장동 사건의 ’몸통’은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녹음 파일에는 김만배가 이재명에 대해 “(성남시가 화천대유에 대장동 사업 운영비 250억원을 부담하도록 만든 건) 이재명이 했는지 누가 했는지 아주 기가 막히게 해놓은 거지. 이재명이 난 놈이야”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됐기 때문에) 내가 (이 대표) 욕을 많이 했다. 공산당 같은 XX”라며 교묘하게 이재명을 편다는 부분도 있었다. 이는 다른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도 했던 말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서 이재명의 배임 혐의를 방어하는 근거로 자주 활용됐다. 대장동 민간 사업자에게 가혹하게 비용 부담을 시켰으니 배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1년 당시 대검 중수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 검사였고, 조우형은 다른 사업자가 대장동 초기 사업을 주도할 때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였다. 박영수 전 특검의 부탁을 받은 윤 대통령이 후배 검사를 시켜 조우형을 봐줬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조우형이 박모 검사만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조우형은 2021년 9월 김만배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 등이 커피를 타줬다고 (인터뷰에서) 말할 테니 양해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인터뷰에 대한 ‘입단속’ 정황이라는 것이다.

 

 

●신학림과 김만배는 한국일보 선후배 

신학림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김만배와 선후배 사이다. 신하림은 김만배와의 인터뷰를 뉴스타파에 재직 중이던 2021년 9월 15일 진행했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직후였다. 신학림은 “20년 가까이 (김만배를) 못 만났지만 신뢰하고 따르는 후배이기 때문에 (김만배가) 앉자마자 노트에 글을 써가면서 (대장동 특혜 의혹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뷰가 거짓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며 “뉴스타파가 요구하는 자료와 정보를 제공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아는 김만배를 저를 신뢰하고 따랐기 때문에 사실대로 (얘기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신학림은 왜 녹음 6개월 후에 녹취록을 공개했나?

신학림은 이 녹음파일을 6개월 동안 가지고 있다가 2022년 3월 4일에 뉴스타파에 넘겼고,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3월 6일에 해당 녹취록을 공개했다. 9월에 취재한 내용을 이듬해 3월에 넘긴 이유에 대해 신학림은 “보도 목적으로 만난 게 아니었고 김씨는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김씨로부터 들은 대장동 사건 윤곽과) 언론 보도 내용과 비교하면서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뉴스타파 보도는 그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중적으로 올라갔고 대부분 추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좋아요’ 수가 조회 수보다 많은 게시물이 발견되고 자정쯤 2만개가 넘는 댓글과 추천 수가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은 작년 8월 뉴스타파 보도 관련 게시물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기계적 조작으로 추천 수를 높인 용의자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도 했다.

 

●이재명의 재빠른 반응

뉴스타파 보도 다음 날인 작년 3월 7일 이재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당했던 이재명이 해왔던 말이 맞았는지, 대장동 몸통이라며 누명 씌우던 사람들이 했던 말이 진실인지 국민 여러분께서 판단해 달라. 그리고 3월 9일 투표로 보여달라”고 썼다.

 

●김만배, 신학림 책 3권에 1억 6천여만원 지불

검찰은 신학림이 허위 인터뷰를 하고 그 대가로 김만배로부터 1억 6천여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았다. 반면 신학림은 “김씨에게 책을 팔고 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책은 2020년에 발간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라는 책이다. 언론과 재벌가, 정치권의 혼맥이 대한민국을 좌우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신학림은 김만배가 선지급금으로 300만원을 준 뒤 책을 가져갔고, 이후 책을 보고는 ‘이 책은 1억이 아니라 10억의 가치가 있다’며 책값과 부가가치세를 더해 1억 6,200만원을 후에 입금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021년 10월 이래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라 주장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커피 한 잔에 덮은 윤석열 게이트의 시작(강병원 의원)” “윤석열이 직접 타 줬다는 커피는 1805억원짜리 ‘대장동 커피’(조승래 의원)” “커피 타 주고 죄 덮어준 스폰서 검사 윤석열(박찬대 의원)” 등 해당 보도를 근거로 대선 승패의 향방을 바꾸기 위해 여론몰이 총공세에 나섰었다. 사실 민주당은 신학림이 김만배를 만난 지 한 달 뒤인 2021년 10월부터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해 10월 16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 검사로서 대장동 대출 건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 후보”라는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TV 토론에서도 윤 후보에게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줬느냐”고 물었다.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저희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대장동 몸통이 왜 윤석열과 박영수인가가 드러나는 김만배 녹취록이 공개됐다”고 했다.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대장동 비리의 시작점인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부터 화천대유에 이르기까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윤석열 특검’을 요구했다.

 

●신학림,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 전력 드러나

신학림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했다. 그는 2003~2007년 2~3대 언론노조위원장을 역임했고, 역대 언론노조 간부 중 상당수는 민주당 정부에서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공영방송 사장 등 주요 보직을 꿰찼다. 그러나 신학림은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인터넷 매체 미디어오늘 사장을 거쳐 2018~2022년 뉴스타파에 취재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위원을 지냈다. 김만배와의 허위 인터뷰 녹취와 보도는 이 기간에 이뤄졌다. 당시 언론계에서는 “민주당에서 공천 신청을 했던 신 전 위원장이 뉴스타파에서 취재 활동을 한 것은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자사인 조우형이 2021년 11월 등 몇 차례 검찰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받을 때 만났던 검사는 윤석열 검사가 아니라 박모 검사” “2021년 9월 김만배씨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 등이 커피를 타줬다고 (인터뷰에서) 말할 테니 양해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선거법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 신학림에게 청탁금지법을 적용했다.

 

●김만배, 이미 6월에 검찰조사서 “사실 조미료를 많이 친 것” 고백

9월 8일 결정적인 진술이 공개됐다. 김만배는 구속 중이던 6월 26일 검찰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검사가 누군지도 몰랐다" “(2011년)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박OO 검사가 주임검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가 윤석열을 언급하면서 신학림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 조미료를 많이 친 것” “죄송하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신학림이 녹음하는 줄 모르고 신학림에게 제가 좀 센 사람처럼 보이려고 조미료를 많이 쳤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녹취록 내용이 완전히 가짜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김만배는 대선 개입 혐의는 끝까지 피하고 싶었는지 신학림에게 돈을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또한 신학림이 자신의 말을 녹음하고 뉴스타파로 녹취록을 넘길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9월 14일 검찰은 해당 허위 인터뷰를 제조한 뉴스타파와 이를 보도한 JTBC를 압수수색 했다.

 

10월 4일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김만배-신학림 인터뷰에 기반한 ‘가짜뉴스’를 공식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로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짜뉴스 살포에 이재명 캠프는 약 4,800만원을 사용했으며, 이 비용은 나중에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되었다.

 

10월 31일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언론에 배포했던 ‘대장동 개발사업 Q&A’ 문건이 김만배가 대장동 의혹 보도 직후 공범들과 모의해서 만들어낸 문건과 상당히 내용이 일치한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재명 캠프가 배포한 문건에는 사업 설계 방식이 매우 상세하게 담겼는데 이는 민간 업자의 도움 없이는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사망한 김문기 처장의 업무용 PC에서도 이재명의 ‘대장동 Q&A’ 자료가 발견되었다.

 

12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인사와 모 언론사 간부가 '윤석열 커피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대화한 통화 녹음파일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파일에서 김모 민주당 국회정책연구위원은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커피 의혹과 관련해 직접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고, 이에 모 언론사 간부는 "본인(조우형)은 윤석열 (당시) 검사가 커피 탄 적 없다고 하던데"라고 답했다.

 

2024년 1월 7일 검찰에 따르면 천화동인 7호 실소유주인 배성준은 김만배가 허위 인터뷰를 한 당일과 그 전후로 김만배와 수십 차례 통화했다. 김만배는 ‘내가 대장동 의혹의 물길을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돌려놓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욱, 조우형도 “김만배가 ‘국민의힘 쪽으로 화살을 돌릴 것’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바 있다.

 

1월 8일 검찰이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제안했다는 ‘100억원 규모 언론재단’ 설립이 구체적으로 추진된 정황을 포착했다. 입수한 언론재단 조직도에는 전현직 언론계 인사 10여명 이내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사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월 5일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에 대해 “대장동 주범과 언노련(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 합작한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대장동 사건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정치공작적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김대업 정치공작, 기양건설 로비 가짜뉴스 폭로의 계보를 잇는 2022년 대선 최대 정치공작 사건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보도에 따르면 김만배는 거짓 인터뷰를 한 후 이 같은 공작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받던 조모씨에게 ‘형이 이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테니 너는 그냥 모른 척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대장동 게이트 몸통이 윤석열 후보였던 것처럼 조작하고 대선을 사흘 앞두고 녹취록을 풀어 대선 결과를 바꾸려 한 것”이라며 “날조된 사실, 공작의 목표는 윤석열의 낙선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정치 공작과 가짜뉴스는 국민 민심을 왜곡하고 선거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민주주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며 “이번 기회에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분노를 표했다. 2023년 9월 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대장동 몸통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둔갑시키려 한 2022년 대선의 최대 정치공작 사건으로 규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해 김대업 사건 등 정치 공작의 계보를 잇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