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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모둠

[선거판을 뒤흔든 희대의 가짜뉴스③] 반기문 대선 불출마 초래한 가짜뉴스

정치 시작부터 가짜뉴스로 곤욕...
"인격살해 가까운 음해·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2020년 2월 1일 대선 불출마 선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 시작부터 가짜뉴스로 곤욕을 치렀다. 반 전 총장 퇴주잔 뉴스가 대표적이다.

 

반 전 총장이 부친 묘소를 참배할 때 퇴주잔을 버리지 않고 마셨다는 내용인데, 일부 장면을 교묘하게 편집한 가짜뉴스였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또 다른 가짜뉴스는 반 전 총장의 후임인 안토니우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구테흐스(Antonio Manuel de Oliveira Guterres, 전 포르투갈 총리)가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2017년 1월 한 온라인 매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를 후임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이 유엔법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구테흐스 유엔 신임 사무총장이 반기문 전 총장의 한국 대통령 출마에 유엔법 위반을 들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반 전 총장이 퇴임 직후에 바로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된다“며 ”그럴 경우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들도 북한에 대해 강제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기사의 근거가 된 '유엔 결의안 11호'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 결의안은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 이후 정부의 요직보다 유엔의 가치와 닿아있는 다른 문제 등에 투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결의안을 근거로 반 전 총장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의 출마를 반대할 강제력은 없는 셈이었다.

 

이 밖에도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 의혹에 반 전 총장 본인을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뉴스도 돌았다.

 

반 전 총장이 '신천지'와 연루됐다는 가짜뉴스도 있었다. 반 전 총장이 신천지 관련 단체로 알려진 세계여성평화그룹의 대표와 악수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른바 '신천지 사람'이라는 가짜뉴스가 확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의 기독교 단체는 그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당일에 함께 사진을 찍은 수천 명의 사람 중 한 명일 뿐 신천지 문제는 저와 무관하다"며 "그냥 새가 하늘 가다가 '쫙' 하는 거에 맞은 기분"이라고 답했다.

 

결국 반 전 총장은 그해 2월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정치 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귀국후) 지난 3주간 몸과 마음을 바쳐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데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출신하겠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왔다. 갈갈이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의 정치문화를 이뤄내라는 포부를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그러나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각종 가짜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고 오히려 제 개인과 가족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아 국민들께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