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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모둠

[선거판을 뒤흔든 희대의 가짜뉴스②] 기양건설 로비 가짜 폭로 사건

 

16대 대선을 앞둔 2002년 10월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전갑길 의원은 부천 신앙촌의 거액의 비자금이 이회창 후보 부부에게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이 후보 부인 10억원 수수설’이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한인옥 씨의 부천 신앙촌 비리 연루 의혹을 밝힌다'며 “부천 범박동 재개발 사건 의혹과 관련된 기양건설이 약 400억 원의 로비 자금을 조성해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 부부와 측근 인사들에게 최소 80억 원 이상을 건넸다”고 했다.

 

그해 11월 김선용, 이교식 씨는 민주당 측에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 씨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 원의 검은돈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기양건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할인받은 138억 원 중 10억 원이 한 씨에게 지급됐다”는 내용이 적힌 위조된 ‘자금지출명세서’를 만들어 주간지에 공개하고 기자회견도 했다.

 

이후 <시사저널>은 11월 14일 기양건설 비자금을 관리했던 이교식 전 상무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자금 내용은 공개용 장부에서 빼고, 김병량 회장과 최측근만 아는 특별장부를 따로 만들어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인옥(이회창), 수시 지급, 10억원’이라고 적힌 ‘특별장부’를 공개하면서" 이 장부대로라면 어음 2개(17억원: 자가02088461, 30억원: 자가02088463)를 할인해 만든 47억원 가운데 10억원이 이 후보측에 들어갔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폭로는 법원 판결을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법원은 2003년 10월 이교식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고, 김선용 씨에 대해서는 서울고등법원이 2004년 9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씨는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마칠 무렵 가석방되었으나 김씨는 훨씬 많은 기간을 남기고 가석방되었다.

 

검사 출신으로 2007년 16대 대통령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던 3대 허위 폭로 사건을 분석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가>라는 책을 쓴 부산대 법대 정승윤 교수는 “이 사건은 김선용, 이교식 씨가 민주당 법률지원단 국장에게 진정서를 건네주고, 민주당 전갑길 전 의원이 폭로를 하는 ‘준비 및 폭로 단계’를 거쳤으며 이어 자료를 위조해 특정 주간지 기자에게 허위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는 ‘특정 언론의 공론화 단계’와 민주당이 당보 호외를 발간하고 천정배 의원이 한 씨를 검찰에 고발해 정치 쟁점화하는 ‘여론몰이 단계’ 순으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검찰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2003년 4월 김선용, 이교식 씨의 폭로 내용이 근거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대선 기간에 발생한 흑색선전 사범을 대선 이후에 처리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검찰이 김 씨가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해 놓고 관련 기소를 누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 정 교수의 비판이다. 이어 정 교수는 “사기 전과가 많은 김선용 씨는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폭로 행위를 주도했고 이교식 씨 진술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후 이씨에게 도주하도록 권유했으며 스스로 도주했다가 잡힌 경험이 있는데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것은 정의와 형평 차원에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