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e-커머스 등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에 대한 국내 온라인 기사나 게시물에 중국 플레이어들이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댓글을 달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댓글 공작이 최근 들어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정부 차원의 대책과 함께 국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김은영 교수·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홍석훈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2023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와 유튜브, 네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경쟁 산업 분야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연구팀은 네이버 내에서 확보된 77개의 중국인 추정 계정을 분석해, 이들 계정이 점조직으로 활동하면서 2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국내 산업 관련 기사에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댓글을 게재하는 움직임을 발견했다.
이중 한 네트워크 그룹은 닉네임 'Chen Yang'('123456789'로 변경), 'Chen Wei Chi' 등이 허브로 주도했으며, 다른 네트워크 그룹은 닉네임 'xuf'와 'Seoul Breeze' 등이 허브로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댓글은 "솔직히 현기차는 뽑기지. 샤오미가 대응 잘 하더라"와 같이, 주로 한국산을 폄하하고 중국산을 호평하는 식의 댓글로, 최근 들어 이 같은 댓글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네이버 상에서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삼성,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주요 키워드를 이용해 기사 70개를 무작위로 수집해 댓글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 의심자들이 높은 빈도로 댓글을 게시하는 기사들이 총 댓글 수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한국인이 주로 댓글을 작성하는 기사에 (중국인 의심자들이) 댓글을 더 많이 게시했다"며 "이는 한국인의 댓글 게시가 증가하는 경우가 중국인 의심 댓글러들이 해당 기사에 댓글을 게재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영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샘플 수가 70개로 지나치게 작은 데 반해 정규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개인이 무작위로 댓글을 단다면 나타날 수 없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라며 "(중국인 의심자들이) 조직적으로 할당된 과업을 수행하고 복수의 기사를 선택해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의 한중 경쟁 산업 분야에서 수년 전부터 반복적인 여론 선동 동향이 포착됐으며, 최근 폄훼 댓글 빈도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파악된 77개 계정이 국내 네이버 포털에 댓글을 달고 있는 중국인 추정 계정의 전체 값이라고 볼 개연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전체 중국인 추정 계정 수의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유튜브의 경우 중국인 추정 계정이 239개로 파악됐다. 유튜브의 기사별 최대 댓글 수는 2698개로, 네이버(454개)보다 높은 빈도로 조직적 여론 선동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중국발 인지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문제의 댓글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한편, 중국 행위자를 식별해 낼 수 있는 프로파일링 지표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제언이다.
연구팀은 "중국의 인지전 위협이 새로운 양상의 비물리적 전쟁이라는 인식 하에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