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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술자리' 첼리스트 "거짓말이라고 했는데… '진보의 영웅' 되라더라"

첼리스트 A씨 "더탐사, 제보자 말만 듣고 방송…동의 없이 사실인양 보도"
"김의겸, 진위 확인 연락없이 국정감사에서 해당 녹음 재생"
"전 남자친구에게 한 거짓말 이렇게 커질 줄 몰라…윤·한에게 죄송"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발단이 됐던 첼리스트 A 씨가 지난 21일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통화 내용은 “전 남자친구에게 한 거짓말”이라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정하정)는 이날 한 대표가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튜브 매체 ‘더탐사’ 취재진 등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변론기일을 열었다. 증인으로 참석한 A 씨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2022년 7월 19∼20일에 청담동 술집에 온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시) 늦게 귀가한 것 때문에 큰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거짓말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지만,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공인께 피해를 끼쳤으니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헤어진 뒤 보복심에 제보한 것”이라며 “전 남자친구는 (거짓임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의혹을 보도한 더탐사 측에 청담동 술자리는 거짓말이라는 점을 설명했음에도, 자신의 동의 없이 실제 술자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됐다”고 증언했다. 또한 김 전 의원이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목소리를 재생한 것에 대해서도 "음성 재생 동의는 물론 지금까지 진위 확인을 위한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외압이나 협박을 받아 말을 바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전 남자친구로부터 ‘떳떳하게 진보 영웅으로 살아가라. 네 한 마디에 정권의 명운이 달려있다. 넌 이미 영웅이 된 것이고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 네 선택만 남았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A 씨는 '피고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의혹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한 대표 측 대리인의 질문에 "돈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피고 측 대리인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언급하며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은데 맞느냐”는 질문에 A 씨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공인에 피해를 끼쳤으니 죄송한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 측의 “(통화 파일에서) 너무 자세하게 행동들을 묘사했다”라는 질문에 “제가 거짓말을 해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고,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거짓말을 했으니 거짓말을 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피고 중 한 명인 강진구 뉴탐사 선임기자가 “전화나 카카오톡에서 ‘이게 다 (전) 남자친구가 거짓말 한 것’이라는 이런 취지로 얘기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묻자 A 씨는 “통화나 문자를 길게 한 적이 없지 않느냐. 저는 거짓말이라고 하는데도 계속 진실이라고 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10월 16일에 선고를 예고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윤 대통령과 한 전 장관이 그해 7월 청담동의 한 고급 술집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30여 명과 심야 술자리를 즐겼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그 증거로 첼리스트 A 씨가 전 남자친구에게 술자리 상황을 설명하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녹취은 “한동훈, 윤석열까지 다 와서 술 마시고 노래 불렀다. 그때가 새벽 1시”라고 말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유튜브 매체 ‘더탐사’도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리며 김 전 의원과 가짜뉴스를 만들었다. 

 

한 대표는 당시 “저는 술을 못 마시고, 회식자리도 안 간다”며 “저 술자리에 있었거나 그 시간 내지는, 그 반경 몇 킬로미터 안에 있었으면 장관직을 걸겠다. 김 의원은 무엇을 걸겠냐”고 반박했다. 

 

이후 더탐사는 2022년 11월 4일 “청담동 술집이 거의 확인됐다” “대통령 동선이 청담동 근처에서 끊어졌다까지는 간접적으로 확인됐다”는 등 보도를 했다. 하지만 A 씨는 11월 23일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고, 다음날 경찰은 “청담동 술자리가 허위”라고 밝혔다.

 

경찰은 A 씨와 제보자인 전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A 씨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해당 술집에 있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폐쇄회로(CC)TV와 A 씨의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A 씨와 이세창 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가 사건 당일 밤 역삼동의 모처에서 새벽 3시까지 머물다 귀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 대표는 12월 2일 김 전 의원과 더탐사, 제보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고 서울중앙지법에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