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 유언비어와 노골적 거짓말이 새로운 언론 환경에서 뉴스의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전파행위는 언론의 사회적 기능에 반하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짜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체제가 강화하고 있다. 권력이 이러한 가짜뉴스를 악용하고 일부 언론이 동조하여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정치가 가짜뉴스에 매몰됐고, 우리 사회는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자들에게 유인을 제공했다. 사실을 검증하지 않는 언론과 진영 논리에 빠져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쉽게 잊고 용서하는 환경이 가짜뉴스의 보금자리가 됐다.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가짜뉴스로 훼손됐다. 거짓말쟁이와 이를 포장해준 국회의원, 그리고 이를 사실인 것처럼 대서특필하고 반복적으로 보도한 언론은 가짜뉴스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가짜뉴스 공작에 가담한 국회의원은 집권 후 사면받았고, 아직도 국회에서 나라의 녹을 먹는다. 2017년 제19대 대선은 드루킹 사건이라는 여론조작 사건으로 오염됐다. 연루된 정치인은 사면받았고, 여론조작의 이익을 취한 사람은 사과하지 않았다. 거짓을 단죄하지 않는 역사 속에서, 가짜뉴스의 생태계가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재인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해 통계를 흔들어 가짜뉴스가 생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권력에 동조하는 세력이 정책의 실패를 덮는 가짜뉴스를 전파했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정권의 간판 정책이 실패로 드러날 것이 두려워서인지 문재인 정권은 통계청장을 경질한다. 새로 임명된 통계청장은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오해를 살만한 발언까지 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의 통계청에서 통계 자체를 사실과 다르게 조작하거나 표본 추출 시에 인위적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가계동향조사, 고용통계, 주택매매가격 통계 등 핵심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통계들이 의혹의 대상이다. 이러한 의혹은 수사의 대상이고 수사의 결과에 따라 조작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다만 현재 명백하게 나타난 것은 통계 작성법을 갑자기 바꾸어 과거와의 통계 수치와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행위다. 문재인 정부는 통계의 비교 가능성을 단절함으로써 정권 우호적 세력들이 만든 가짜뉴스가 판을 치도록 하거나 정책 실패를 은폐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경기종합지수도 개편하여 지수의 수치도 상승시키고 경기정점도 늦춘 것은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권위가 있는 기관이 정책 실패를 검증하지 못하게 만드는 행위는 가짜뉴스의 생태계를 강화하는 범죄다.
가짜뉴스의 다른 한 축은 공정 언론이라는 허구적 언론 규제다. 형식적으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상반된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한다. 한쪽은 거짓말이겠지만, 공정 언론이란 잣대로 진실에 눈을 감고 무책임하게 거짓을 보도한다. 이러한 보도 방식으로 인해, 정치권과 연결된 가짜뉴스 생태계를 통해 거짓말은 진실로 둔갑한다.
대통령과 같은 권위를 가진 사람이 ‘북한은 핵을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라고 말했다면, 이러한 발언을 단순한 의견으로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만약 그러한 의견이 객관적 증거와 배치된다면 거짓말이다. 언론이 반복적으로 이러한 의견을 전파하고 정치권이 가세한다면 거짓말은 여론을 점령하게 된다. 반대의견은 진실이 아니라 논란으로 남게 되고, 진영으로 갈라져 서로 다투는 빌미가 된다. 언론의 형식적 공정성은 진실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탈진실의 세계를 만드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이제 언론이 나서야 한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사람들의 거짓을 알려야 한다. 인기 영합적 언론인보다 실력 있는 언론인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가짜뉴스로 한 몫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거짓말로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시 정치할 수 없도록 언론이 경계해야 한다. 언론이 더 기억하고 더 정직해져야 한다. 언론이 권력과 맞서 가짜뉴스 생태계를 바꿀 때, 국민은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할 바른 언론이 기대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