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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김대호 칼럼] 정책 방향은 옳은데, 전달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치명적인 착각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 과제 누락이 가장 큰 문제. 공적연금 공무원연금 개혁 등은 건드리지도 못 해. 노동 유연성과 노동시장 이중 구조 관련 개혁도 해결될 기미 안보여. 교육개혁 저출산대응 의료개혁도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 집중 고민했어야. 윤 정부와 국힘당의 한계와 오류는 대부분 정책에서 나와.

△너무나 조용한 국힘당? 엉뚱한 것으로 시끄러운 국힘당!

 역대급 총선 참패 이후 국힘당이 너무나 조용하다고 한다. 이번 총선 참패는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어이없는 실수와 불운(악재)으로 인한 일과성 참패가 아니라, 어떤 불리한 구조(정치지형)의 결과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이한 고요함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2016년, 2020년, 2024년 총선 판세는 투표 한 달 전까지는 보수에 유리해 보였지만(압승을 점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후 판세는 급전직하(急轉直下)하여 보수의 참패로 귀결되었다.

 

 뭐든 반복되는 패턴은 실수나 불운의 산물이 아니라, 어떤 구조의 산물이 아닐까 의심해 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2022년 3.9 대선도 투표 한 달 전에는 유리해 보였지만, 막판 결집이 일어나면서 0.73%p(24만 7천 표)차로 신승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누적된 폭정과 실정, 그리고 민주당 후보의 엄청난 흠결을 생각하면, 이 역시 3번의 총선과 비슷한 패턴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 평가와 성찰, 반성은 치열하고 깊어야 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4.10 총선 이후 국힘당이 조용한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책임 공방으로 시끄러웠고,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사실 이 논란이 평가와 성찰, 반성을 덮어버리면서 조용한 것처럼 비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전 위원장은 또 한 번 큰 잘못을 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 잘못은 현재 5번에 걸쳐 총선 평가·반성·모색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중진 의원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윤상현 의원을 비롯하여, 많은 논객(언론인과 정치평론가 등)들이 이구동성으로 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은데, 정책을 전달하는 태도가 문제니, '소통'과 '정무'의 강화를 주문하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도 이를 받들여 소통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 인사(비서실장, 정무수석,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에서도 정무를 강화하였다. 당연히 정책 관련 인사인 정책실장, 경제수석, 사회수석, 과학기술수석 등은 거의 유임시켰다. 국힘당도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현수막을 붙였다. 이는 민생 문제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성찰, 반성을 받아 안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의 아우성과 국민의 신음 소리를 듣는 귀와 가슴의 문제

 결론만 말하면 정책 방향은 옳은데, 전달 태도 혹은 정무가 문제라는 진단은 치명적인 착각 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 양대 정당이 이구동성으로 복창하는 ‘유능한 민생정당’이라는 슬로건 역시 식상하기 짝이 없다. 윤 정부와 국힘당의 정책플랫폼의 근간은 국힘당 강령(2020.9.2.), 대선정책공약집, 인수위 백서(2022.6.), 120대 국정과제(2022.7.), ‘관계부처 합동’ 명의의 경제정책 방향(2022년, 2023년, 2024년), 다시 대한민국(2023년 업무보고로 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철학(2023.3.), 2024년 예산안(2023.8.29.)과 3대 개혁과 의료개혁 등인데, 한마디로 직업공무원(주로 경제관료와 외교안보 관료)의 사업계획 내지 업무보고를 받아 안았다. 시대의 아우성(시대적 요구) 내지 국민의 기대·요구·불만·신음을 온전히, 그것도 전투적으로 받아 안지 않았다. 윤 정부의 태도(정무), 인사, 말 등 대부분의 문제는 여기서 기인한다.

 

△곁가지만 부여 잡은 국정과제

 단적으로 윤 정부라는 기관차가 달려갈 핵심 레일인 <120대 국정과제>는 초저출산‧저출생 대응책을 사실상 모르쇠했다. 국정과제 46번(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환경 조성)의 “부모의 양육부담 완화, 아동의 건강한 성장 지원 및 저출생 위기 극복”과 국정과제 50번(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및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의 “양성평등 일자리 환경 조성을 통한 저출생 대응 및 성장잠재력 제고”가 전부다. 저출산 대책이든 저출생 대책이든 아예 없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2024년 1월 1일 대통령 신년사에서 비로소 연금‧노동‧교육 등 3대개혁과 동렬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부상한 듯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년 간 펼친 정책과 다른 차원의 접근을 천명했고, ‘불필요한 과잉경쟁 개선’을 위한 ‘지방균형발전 정책의 확실한 추진’을 공언했다. 그런데 이 역시 저출산이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만큼이나 난제 중의 난제이다. 어려운 문제를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 여럿으로 분해한 것이 아니라, 동급의 어려운 문제 여럿으로 나눠 놓은 격이다.

 

 총선 이후에는 저출산대응기획부 신설을 공언하고, 수장을 부총리급으로 올린다고 공언했는데, 피상적 진단과 안이한 대안(2024.1.18. 총선 공약; 육아휴직 급여 상한 210만으로 상향과 출산휴가 중 아빠 휴가 유급 1개월 연장 등)이 달라진 징후는 보여주지 않았다. 초저출산의 후속 문제인 공적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120대 과제의 연금에 대한 언급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에 대한 것뿐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특수직연금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윤 정부 출범 1주일 뒤(2022.5.16.)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3대개혁을 역설했다. 물론 이는 <120대 국정과제>에는 없는 말이다. <120대 국정과제>의 고용부(노동개혁의 주관 부처) 과제는 ‘⑩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약속 아래 7개인데, ”산업재해 예방 강화”, “일자리 사업의 효과성 제고 및 고용서비스 고도화”, “고용안전망 강화”, “중소기업‧자영업자 맞춤형 직업훈련 강화” 등 노조가 불편해야 할 만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사실 노동개혁의 기조는 2022년 6월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명기되어 있었다.

 

 노동개혁의 경우, 검사 출신 대통령답게 노조의 불법·폭력적 집단 행동에 대해서 철퇴를 가하고, 노조의 회계 투명성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핵심과제인 노동유연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관련 개혁은 주 69시간제 프레임에 걸려 넘어진 후 일어날 줄을 모른다. 교육 문제도 반도체학과 증설, 수능 킬러문항과 사교육 이권 카르텔 척결이 크게 이슈화 되긴 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교육 관련 가려움증에 대해서는 신발 신고 발을 긁는 느낌이다.

 

 총선을 앞둔 시기에는 특별히 중요한 지방균형발전 문제는 국정목표 6(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개막)의 10개 국정과제로 올려는 놓았지만 실행은 용두사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드러난 지방자치행정(예산 인사 등)관련 문제점에 대해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시늉도 보여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시급성과 중요성에서 3대개혁에 비해 조금도 밀리지 않지만, 핵심 개혁 과제 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한 과제도 수두룩하다. 공공개혁, 규제개혁, 경제·금융·부동산개혁, 조세·재정개혁, 지방자치·행정개혁, 사법(법원·검찰)개혁, 언론개혁, 정신문화개혁, 정치(정당, 이념, 리더십, 정치관계법)개혁, 고비용구조개혁, 저출산정책개혁 등 열손가락으로 헤아리기 힘들다. 시대의 아우성이나 국민의 신음 소리를 듣는 귀와 가슴이 있다면 이럴 수 없다.

 

△적반하장을 자초한 경제민생 문제

 민생정책도 그렇다. 박상수(국힘당 인천서구갑) 후보는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선거평가 토론회(2024.4.18)에서 4년 전과 거의 같은 코스를 돌면서 명함을 배포했는데, 소화한 명함이 11만장에서 7만장으로 줄었다면서, 그만큼 선거운동 동선에서 유권자가 적게 눈에 띄었고, 이는 서민경제의 피폐의 징표라 하였다. 인간은 배 고픈 상태로 백화점에 가면, 사고 싶은 물건이 눈에 많이 띈다고 한다.

 

 인간은 돈(가처분 소득)이 고프고, 생활이 팍팍하고, 희망과 정의가 고프면, 정부의 작은 허물도 크게 다가오게 되어 있다. 다양한 분야와 층위에서 첩첩히 쌓인 전(前) 정권의 적폐 규명 및 청산이 지체되면,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돌아오는 법이다. 사실 이태원, 디올백, 대파값, 황상무, 이종섭 관련 이슈가 그 성격에 비해 큰 파괴력을 가진 것은 경제민생의 지독한 어려움과 밀접한 관련 있기 마련인데, 너무나 둔감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5만원 민생지원금을 이슈화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과 보수의 이성과 양심이 살아 있는 한 빌공(空)자 공약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슈화하여, 민주당을 찍으면 돈이 생긴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윤 정부와 국힘당은 가치와 비전과 정책을 대립·갈등 이슈로 만들어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킬 줄을 모른다. 단적으로 ‘유능한 민생정당’을 표방하면, 국힘당의 유능과 민주당의 무능 혹은 국힘당의 바른 길과 민주당의 그른 길을 대중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정책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이슈는 대립물과 투쟁 없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령 아동이 급감한 초중등교육에는 예산 홍수를, 고등교육에 예산 가뭄을 초래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같은 명백한 부조리를 이슈화시키지 않았다. 국회를 지배한 민주당이 반대하여 법개정이 무망할지라도 이런 이슈는 국힘당의 가치, 정책, 비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서민경제 어려움과 격차(불평등양극화)의 양적, 질적 악화는 운동권 정부·정당인 민주당의 가치·정책에 압도적 책임이 있다. 여기에 코로나 펜데믹 수습책인 미국발 고금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고유가, 중국 경제의 침체와 한국 특유의 가계부채(아파트 영끌 구매)가 결합하여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윤 정부와 국힘당은 정부출범 초기에 서민경제의 피폐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어려움을 타개하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과 정무를 등한시 했다. 결과적으로 서민경제 파탄 주범으로부터 (주범으로 몰려) 몽둥이를 맞는 적반하장을 자초하였다.

 

△모든 문제는 정책=대통령 프로젝트에 있다

 모든 정부의 성패는 올라야 할 무수히 많은 산(시대적 요구 내지 해결해야 할 과제) 중에서 주체적 역량과 객관적 정세를 면밀히 타산하여 오르기로 결단한 산, 즉 대통령 프로젝트에 달려 있다. 그리고 동원 가능한 정치적 자원과 지혜를 총동원하여 실제 올라야 한다. 그러려면 등산 루터(침로)를 잘 잡아야 한다. 만약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면 국민이 이해하고, (힘을 실어주면서) 기다려 주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특정한 산을 오르기 전에 이 산이 슬리퍼를 신고, 애완견과 함께 산보하는 기분으로도 오를 수 있는 서울 남산인지, 등산화와 일정한 체력이 있어야 오를 수 있는 북한산인지, 산소통과 영하 30도와 강풍을 견딜 야영 장비까지 준비해야 하는 에베레스트산인지 등 난이도(윤곽)를 알아야 한다. 윤정부와 국힘당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윤 정부와 국힘당의 한계와 오류는 대부분 정책에서 나온다. 이미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의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절체절명의 개혁과제를 너무 많이 누락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부여잡은 개혁과제(정책)는 곁가지거나 아니면 개혁침로가 주체의 준비 정도에 비해 너무나 난코스다. 단적으로 의료개혁 산은 원래 모든 산 중에서 가장 험준한 산이다. 5100만 국민과 800만 재외교민과 태어나지 않은 태아까지 관련되어 있고, 외국인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재원은 유한한데, 건강과 장수에 대한 욕망은 무한하고, 이를 제어하는 장치(자영업자인 의사와 행위별 수가 체계와 게이트 키퍼 부재 등)는 부실하다. 그런 점에서 의료개혁은 치밀한 준비 없이 도전하면 안되는 산이다. 그나마 등정을 하더라도 의대정원 대폭 증원 루터는 가장 난코스다. 교육개혁도, 저출산대응도, 의료개혁도 원래 인수위나 정부 출범 초기에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건너 뛰면서 수많은 문제가 양산되었다.

 

 올라갈 산과 코스(침로) 혹은 일(Agenda)을 잘못 잡으니, 한마디로 개혁을 서울 남산 산보 정도로 생각하니, 동서고금의 제왕학이 가르쳐주는 정무 상식도 경시하게 되고, 인재풀도 좁게 가져가고, 적재적소와 한참 거리가 있는 인사를 남발하는 것이다. 정책이 가장 큰 문제고, 태도와 인사는 그다음이다. <사회디자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