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언론계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독자들이 ‘진짜 뉴스’를 알아볼 수 있도록 제3의 인증기관이 일종의 ‘뉴스 신분증’을 발급하고, 무차별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도 법적으로 제동을 걸 방침이다.
18일 매일경제가 일본 문화청과 요미우리신문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문화청은 지난 16일 생성형 AI와 저작권 문제를 논의하는 문화심의회 소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소위원회에는 언론계를 대표해 일본신문협회가 참석했다. AI 관련 기술적 문제에 대해선 국민연구개발법인 정보통신연구기구 등이 참석했다.
일본신문협회는 정확한 취재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가 디지털 기술 악용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협회는 가짜뉴스 대책으로 인터넷 기사 등에 제3자 기관이 인증한 발신자 정보를 부여해 전자적으로 인증하는 ‘원작자 프로파일(OP)’ 기술을 제시했다. OP는 일본 게이오대와 함께 일본 주요 언론사 등 31곳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기술로, 일종의 뉴스 신분증 역할을 한다.
OP 도입 후에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특정 뉴스를 클릭하면 이를 작성한 언론사 정보와 편집 가이드라인, 프라이버시 정책 등을 별도로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X(옛 트위터)에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받은 무기를 하마스에 매각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확산되고 있다. 화면에 BBC 로고가 포함돼 신뢰성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 이는 ‘가짜뉴스’다. OP 기술이 적용되면 클릭 한 번으로 BBC뉴스인지 아닌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협회는 온라인 신문 기사 일부를 발췌해 짜깁기하거나 영상을 편집해 그럴듯하게 만든 기사 등을 OP를 통해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뉴스에 OP가 부착되면 이 정보가 없는 기사는 자연스럽게 가짜뉴스로 걸러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OP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인터넷 브라우저 회사가 이 기술을 허용해줘야 하는 등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매일경제는 전했다.
일본 저작권법 개정을 촉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2018년 개정된 ‘저작권법 30조 4항’은 신문 기사 등 저작물을 AI가 무단으로 학습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는 예외로 하지만 이를 교묘하게 우회하는 방법도 많다고 협회는 주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대화형 AI를 탑재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 AI’다. 협회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1000여 년 전 헤이안 시대 갑자기 일본 남쪽 밤하늘에 찾아온 혜성에 대해 알려주세요’라고 입력할 경우 요미우리신문 온라인에서 8월 10일에 출고한 기사와 최대 52% 동일한 내용이 답변으로 제시된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구글 검색 서비스 SGE에 ‘소수자 외교(Minilateral)’를 검색하자 유료 회원만 볼 수 있는 마이니치신문 온라인의 9월 15일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주요 7개국(G7)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정상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올가을 개최 예정인 G7 온라인 정상회의에서 생성형 AI 개발자용 국제 지침과 행동규범을 책정할 계획이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