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바이든 대통령간 정상회담이 채택한 `워싱턴선언'에 따라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이 수시로 한반도 해역을 들락거리겠다고 하자 북한과 중국이 연일 발끈해 화를 내고 있다. 그만큼 두렵다는 얘기다.
북한 중앙통신은 "미국의 핵전략자산 전개 놀음이 조선반도 긴장격화의 주된 악성인자"라며 "남조선 전역을 극동 최대의 핵 전진 기지로 삼으려는 미국의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귀국한 다음 날인 5월1일 이런 후속기사를 낸 걸 보면 꽤 아팠다는 얘기다.
오하이오급 SSBN은 트라이던트2급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1,600배의 위력을 뽐낸다고 하니 김정은으로서도 불안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중국의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미 핵잠수함을 상시 불러들이는 것은 늑대를 집안으로 들이는 것과 같다"면서 "한국이 정말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북한이 `워싱턴선언'의 효과에 대해 이처럼 민감해하는 데 정작 국내에서 민주당은 다른 반응이다. 민주당은 (미국이 한국과) ‘핵을 공유하지 않는다’라고 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미국방문은 빈손 외교를 넘어 대국민 사기 외교로 막을 내렸다"고 깎아내렸다.
북한과 중국은 왜 회담 내용을 보고 경기(驚氣)를 일으키는데 왜 민주당은 허탕, 사기쳤다고 하는 것일까. 민주당과 北中간 누가 틀렸을까?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이번 국빈 방문에서 참 많은 이벤트들이 있었다. 네플릭스 CEO가 한국에 2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고, 첨단 군사기밀을 다루는 펜타곤, DARFA(고등기회국) 등이 초청하여 윤 대통령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장면도 독특했다. 미 의회 상하원 앞에서 영어연설을 40분간 하고 나가는 길에 사인 공세를 받은 장면도 인상 깊었다.
하버드대학에서 강의한 후 소프트파워의 대가인 조셉 나이와의 대담에서 "A학점을 주고 싶다"는 평가를 받은 일도 좋아 보였다. 그보다 압권은 윤 대통령이 만찬장에서 노래(아메리칸 파이)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일본 TBS 뉴스는 "윤 대통령의 노래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는 문화적인 현상이며 동양인이 갖기 어려운 소프트파워의 측면이다.
5박 7일의 국빈방문은 이런 저런 이벤트로 꽉 찼는데 행사라고 하는 것은 어느 하나로 대 히트를 하기 어렵다. 더구나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한 결정은 의회를 통과하거나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사안이므로 대통령의 단안으로 큰 수확물을 얻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워싱턴선언의 핵심인 핵 공유 문제가 바로 그렇다. 원래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돼 있었으나 미국의 세계전략에 의해 1990년에 나토(NATO)에만 남기고 싹 거둬들였다. 남한에도 당시 전술핵이 있었으나 클린턴 행정부 때 가져갔고, 미국 본토 내에서도 전술핵 재고는 현재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만 소련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나토(NATO)의 경우 독일이 핵무장을 고민하자 현재와 같은 핵공유(NPG)형태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한미정상회담에서 결정한 NCG(핵협의그룹)는 한국에 핵 배치는 않고, 핵 사용권도 미국 대통령에만 있고, 그 대신 북핵 사태가 벌어지면 한미정상 간 긴밀 협의를 보장한 것이다. 또 한국은 핵 개발을 않는다 즉, NPT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올 1월11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북핵문제가 심각해지면 우리 자신이 핵 보유를 할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이런 자체 핵개발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이번 NCG는 따내지 못했을 것이다.
1953년 한미동맹을 맺은 이래 핵우산은 막연했다. `예정된 전쟁'을 쓴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이번에 한미정상간 NCG를 구축함으로써 핵 협의 시스템을 갖춘 것은 엄청난 효과"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도 모른 채 `빈손 외교'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머리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성수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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