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부고 기사만 빼고 기사가 없는 것보다는 비판 기사라도 있는 게 낫다고 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에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좌파’라는 색깔론까지 들고 나오면서 ‘분당’ 대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래도 흥행에는 나름 성공한 모양새다. 한 후보가 과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할지부터 관심을 끈다. 국민의힘 다수는 내친 김에 결선투표까지 가는 걸 기대하진 않을까. 아무튼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지도 궁금하다. 한 후보는 대통령실과 적당히 거리를 둬가면서 체급을 키울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찰떡같이 달라붙었다간 개떡 신세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대립이 ‘문자를 씹었네 마네’ 하는 식의 꼴불견만 아니라면 ‘여당이 대통령을 건강하게 비판한다’는 메시지는 나쁘지 않다. 국민의힘은 기삿거리가 무궁무진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반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조용하기만 하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니 기자들의 관심이 없는 것이다. 친야 성향 언론이 스트레이트 기사를 계속 내보내고는 있지만 이 전 대표 찐팬이 아니라면 누가 관심을 둘까. 김두관 전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 직전 사퇴한 것을 두고 경향과 한겨레 등은 ‘꼼수’라는 수사를 붙였다. 김 전 위원장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사퇴한 게 꼼수”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전 위원장의 사퇴를 “꼼수 사퇴”로 규정하며 비난했는데 언론이 민주당의 선전에 그대로 동조한 것이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방통위 업무는 정지된다. 민주당이 국가기관의 업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권리는 국회의 탄핵소추권과는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면 국무총리가 권한을 이어받게 돼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국가 운영에 흠결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방통위원장 탄핵소추는 방통위 업무 정지로 귀결된다. 헌법 어느 규정도 국가기관의 업무를 정지할 권한을 국회에도 다수당에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방통위원장 사퇴가 꼼수라면 탄핵은 헌법을 초월한 입법권 오남용이다. 게다가 우리 헌법 제65조는 “국회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김홍일 전 위원장이 무슨 법을 위배했는지 민주당은 말하지 못했다. 법 위반이 없으니 민주당은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