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부고 기사만 빼고 기사가 없는 것보다는 비판 기사라도 있는 게 낫다고 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에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좌파’라는 색깔론까지 들고 나오면서 ‘분당’ 대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래도 흥행에는 나름 성공한 모양새다. 한 후보가 과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할지부터 관심을 끈다. 국민의힘 다수는 내친 김에 결선투표까지 가는 걸 기대하진 않을까.
아무튼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지도 궁금하다. 한 후보는 대통령실과 적당히 거리를 둬가면서 체급을 키울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찰떡같이 달라붙었다간 개떡 신세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대립이 ‘문자를 씹었네 마네’ 하는 식의 꼴불견만 아니라면 ‘여당이 대통령을 건강하게 비판한다’는 메시지는 나쁘지 않다. 국민의힘은 기삿거리가 무궁무진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반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조용하기만 하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니 기자들의 관심이 없는 것이다. 친야 성향 언론이 스트레이트 기사를 계속 내보내고는 있지만 이 전 대표 찐팬이 아니라면 누가 관심을 둘까. 김두관 전 의원이 “전체주의” 운운하며 나름 과감하게 나섰지만 미풍이다. 최고위원으로 나선 후보들은 죄다 이재명 타령이다. 이제 한달 뒤, 다음달 18일이면 ‘이재명 일극체제’가 완성된다. ‘일극체제’란 비민주적인 여의도 어휘조차 벌써 클리셰가 된 느낌이다.
이재명 전 대표 재판 중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 재판은 10월이나 11월 1심 선고가 나올 것 같다. 일극체제 민주당에선 이 전 대표 유죄 선고가 나와도 동요가 없을 것 같다. 결사옹위 구호만 더 요란해질 것이다. 그런데 민심은? 국민들은 과연 이 전 대표를 계속 대통령감이라 생각할지 의문이다.
그러니 이재명 일극체제는 국민의힘에겐 나쁘지 않다. 적어도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뒷수습을 잘 한다는 전제 하에선 그렇다. 이 전 대표가 종부세와 금투세 개편·유예 등을 주장하면서 우클릭을 하고는 있지만 그런다고 중도층이 ‘유죄 이재명’을 봐줄리가 없다. 지난 총선 민심은 윤석열 정부 심판이었지 ‘이재명 지지’가 아니었다. 끝내 이 전 대표가 유죄가 확정돼 수감되더라도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을 것 같다. 제1야당 대표가 감옥에 갔는데 기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 그때 민주당은 대법관 탄핵에 나서려나.
송원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