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 직전 사퇴한 것을 두고 경향과 한겨레 등은 ‘꼼수’라는 수사를 붙였다. 김 전 위원장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사퇴한 게 꼼수”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전 위원장의 사퇴를 “꼼수 사퇴”로 규정하며 비난했는데 언론이 민주당의 선전에 그대로 동조한 것이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방통위 업무는 정지된다. 민주당이 국가기관의 업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권리는 국회의 탄핵소추권과는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면 국무총리가 권한을 이어받게 돼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국가 운영에 흠결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방통위원장 탄핵소추는 방통위 업무 정지로 귀결된다. 헌법 어느 규정도 국가기관의 업무를 정지할 권한을 국회에도 다수당에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 방통위원장 사퇴가 꼼수라면 탄핵은 헌법을 초월한 입법권 오남용이다.
게다가 우리 헌법 제65조는 “국회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김홍일 전 위원장이 무슨 법을 위배했는지 민주당은 말하지 못했다. 법 위반이 없으니 민주당은 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다. 언론은 그걸 말해야 한다.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는 건 김 전 위원장의 법 위반 문제가 아닌데 이걸 탄핵 사유로 들었다는 건 부당하다고 언론은 지적해야 옳다는 얘기다. 온당치 못한 탄핵사유를 들고 나온 거대 야당에 대해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하는 건 언론이라 할 수 없다.
언론의 본질적 사명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아닌가. 대통령의 행정권과 국회의 입법권과 탄핵소추권이 강하게 부딪힐 때 국회의 권한 남용을 비호해도 된다는 원칙은 어느 언론의 윤리강령에 있는가. 야당과 언론이 한 편이 돼 대통령을 몰아붙이는 시대는 군사독재를 끝으로 마감했다. 언론의 공정성이나 불편부당의 문제를 떠나 구시대적인 이념에 매몰돼 있는 건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뿐이 아닌 듯하다. '언론의 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씁쓸한 이유다.
트루스가디언 편집장 송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