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이전 작품을 꿰고 있는 누군가가 ‘베테랑2’(2024)를 본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류 감독 특유의 액션신은 변함없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만, ‘베테랑2’에 담긴 메시지를 보면 다른 사람이 제작한 영화를 보는 듯하다. 급진적인 변화가 있으면 찬반이 명확히 갈리듯, ‘베테랑2’도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베테랑1’(2015)이 1300만 명의 관객을 확보하며 높은 평점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이 상상 속에서나 원하던 것, 재벌을 무찌르며 카타르시스 느끼는 것을 단순하면서도 화려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재벌을 악마화하며 그리는 선악 구도가 억지이긴 해도 대중은 그런 이분법을 좋아한다. ‘베테랑1’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범죄자가 아니라 선하고 매우 성실한 인물로 그렸다면 어땠을까? 볼 사람만 보는 영화가 됐을 수 있다. 안타깝지만, 재벌이 되기까지 또 재벌의 가족으로 살면서 매우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현실은 대중이 궁금한 게 아니다. 겉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재벌의 삶을 시기하고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대중 심리를, 류승완 감독은 잘 이용했다. 그런데 ‘베테랑2’에서는 대중 심리를 이
재작년(2022) 추석 당시 세 영화 ‘공조2’, ‘육사오’, ‘헌트’가 경쟁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개봉한 ‘탈주’까지, 모두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다. 흥행작을 찾기 힘든 최근 영화계에서 이들은 모두 꽤 많은 관객을 확보했다. 마침 이 시기에 북한 소재 영화가 재밌는 게 많이 나와 우연히 그런 걸까? 영화가 흥행하는 건 여러 이유가 있기에 그런 측면도 없진 않겠다. 하지만 북한을 소재로 했다는 것 자체가 재밌는 영화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영화감독 입장에서나 관객 입장에서나 ‘북한’이란 상당히 미스터리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북한은, 안 좋은 곳인 줄은 알지만 가본 사람이 극소수여서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니 영화감독 입장에서도 그런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의 영화를 제작하기 좋고, 그러면 관객도 더 흥미를 느낀다. 북한 소재 영화가 많이 제작될 수밖에 없고 또 이 중에서 흥행작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거에도, 대한민국에 영화라는 게 존재하고서부터도 북한 소재 영화는 많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북한이란 공간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대통령실은 23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를 방류한 지 1년이 됐지만 과학적으로 이상이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야당의 '후쿠시마 괴담'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야당이 후쿠시마 괴담을 방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라며 "과학적 근거 없는 황당한 괴담이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음에도 괴담 근원지인 야당은 대국민 사과조차 없이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양 방사능 조사지점을 92개소에서 243개소로 확대했고 수입 신고된 모든 수산물에 대한 생산지 증명서를 확인해 왔다"며 "지난 1년 동안 국내 해역, 공해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4만 9600여건의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안전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쓰지 않았어도 될 예산 1조 6000억원이 투입됐다"며 "야당이 과학적 근거를 신뢰하고 민생을 위한 정치를 했다면 바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일 수 있었던 혈세"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공포감 증가와 국민 분열로 인해 들어간 사회적 비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다"며 "괴담 피해는 어민, 수산업 종사자 그리고 국민들에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들에 대한 임명 효력 집행정지 사건의 결론을 26일까지 낼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이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방문진 신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을 선임했다. 이에 권태선 이사장 등 야권 성향 이사 3명과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3명은 '2인 체제'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를 임명한 처분이 위법하다며 각각 취소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심리 및 결정에 필요한 기간 동안 임기 만료 예정인 방문진 이사들과 후임자로 임명된 자들 사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잠정적으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다"며 신임 이사 6명에 대한 임명 효력을 이달 26일까지 임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문진 새 이사들의 임명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의 첫
이제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한다. 그런데 많은 국민은 실감하지 못하겠다는 불평이 적지 않다. 한국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인류 문명의 발전사는 앞선 선각자(先覺者)의 성공문화유전자(meme)가 복제(複製)·전파되는 과정이다. 개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 국가, 문명의 번영은 모두 앞선 선각자의 성공비법(노하우)을 무임 승차하여 배우고 복제함으로써 새로운 번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었다. 문명의 발전은 그래서 물이 높은 데서 아래로 흐르듯이 앞선 선발 문명을 따라 이를 창의적으로 복제한 후발 문명이 선발 문명을 뛰어넘어 그다음을 이어가는 과정이었다. 세상은 그래서 문명의 주도 세력은 달라져도-적어도 아직까지는- 꾸준한 발전을 이어온 것이다. 원시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산업혁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로,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는 끝없는 공산·사회주의 이념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산업자본주의에서 지식·정보에 기반한 첨단 자본주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모두 다 평등하지는 않지만 끝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뤄내어 인류의 보편적인 삶은 이제 유사 이래 그 유례가 없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마치 대장간에서 제조한 마차를 굴
7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하자마자 이 위원장은 곧바로 과천 방통위 청사로 출근해 취임식 후 전광석화같이 KBS이사와 MBC 방문진 이사 임명안을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기관장도 1일 임명했다. 주요 현안들을 그야말로 단숨에 의결한 것이다. 이를 두고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 등 6개 야당은 1일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야당이 방통위 관련 탄핵안을 제출한 것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이 벌써 네 번째다. 탄핵은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는 경우에 가능한데 과연 방통위가 연이어 중대한 헌법위반을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앞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탄핵으로 기소되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청구는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윤 정권의 방통위원장 인재 풀이 고갈 날 때까지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중 마지막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EBS법 개정안은 이사 숫자를 확대하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통신위원회뿐 아니라 학계와 직능단체,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 인사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26일부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키며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등을 잇따라 강행 통과시킨 바 있다. 이로써 야당이 추진해 온 방송4법이 모두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들은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정족수 기준을 늘리고 공영방송인 KBS·MBC·EBS 이사 수를 대폭 늘리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모두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저지해 문재인 정부 당시 확보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꼼수에서 비롯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야당이 무리수를 두는 것은 MBC 경영진 교체를 최대한 늦추면서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늘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미 국민의힘은 야당이 강행 처리한 방송4법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사용을 건의할 것이라
오는 7월 전국당원대회를 앞둔 조국혁신당이 '어대조(어차피 당 대표는 조국)' 분위기에 흥행 저조를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의원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이인영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져 조국 대표 외에 쟁쟁한 주자가 없는 상황과 대비된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5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혁신당의 6월 3주 차 지지율은 10.7%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주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22대 총선 이후 최저치다. 혁신당 존재감이 약화되면서 전당대회를 통한 지지율 반등이 절실하다는 상황이다. 혁신당은 오는 7월 20일 오후 2시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열고 당대표와 최고위원 2인을 분리 선출한다. 문제는 쟁쟁한 당권 주자가 조 대표 외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정당별 전당대회는 여러 인사들이 팽팽한 대결을 펼치며 관전의 재미
▲7일 첫 투쟁에 들어간 전삼노의 파괴력은? 6월 7일 조합원 2만 8000명 규모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첫 쟁의행위(연가투쟁)에 돌입했다. 단체 연가 투쟁을 독려하기 위해 전삼노 집행부는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숙박 농성도 병행해 왔다. 민주노총은 5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역사적인 파업 투쟁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 (전삼노는) 5000명의 조합원으로 출범했지만, 단시간에 2만8500 명이 넘는 조직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삼성이 자사의 노동자들을 얼마나 착취하고 있는지, 삼성의 노동자들이 삼성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대기업의 고임금 노동자라는 허울이 얼마나 허황한지 드러내는 일이다...민주노총은 전삼노와 전삼노 조합원들의 정당하고 당당한 투쟁을 지지한다. ” 전삼노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았다. 지금 단계에서는 외부의 개입이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첫 단체행동의 파괴력은 정작 참여 인원(규모)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는 6월 3일과 4일은 주말, 5일은 월, 6일이 화요일이어서 5일에 연차 휴가를 사용하여 ‘4일 연휴’를 떠난 직원이 수만명이었다
▲'보수'의 불편?...조선의 근대화 문명화 세력은 '진보 우파' 자신의 정체성을 보수 우파 자유 애국 주류 등으로 표현하는 시민이나 정치인 중에 ‘보수(保守)’라는 이름을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파 자유 애국 등을 불편해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자유 우파’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중적 확산은 더디다. ‘보수’라는 말을 불편해 하는 것은 국어사전의 정의(定義)와 어감 때문이다. 사전에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이라고 되어 있다. 대체로 보수는 수구·기득권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또 하나 불편해 하는 이유는 ‘보수’의 본산 영국과 판이한 한국의 역사 때문이다. 지난 150년 동안 한반도에는 미국 유럽 일본 러시아(소련) 등으로부터 새로운 문명이 밀물처럼 밀어닥쳤다. 급진적 혁명적 변화와 개혁이 시대적 요구였고, 수구(위정척사)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치세력은 이 요구를 받아안았다. 19세기 이전에 문명국 임을 자부하는 나라 중에서 19세기 말 기준으로 가장 낙후한 나라, 그래서 보수할 체제 제도 전통 관습 종교 등이 가장 적은 나라가 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