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행진을 KBS는 모두 생중계하였으며 SBS는 국군의 날 기념식만 중계하는 등 대부분의 방송사가 생중계한 가운데 MBC만 기념식과 시가행진 모두 중계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전두환 이후 첫 2년 연속 행진. 북 종말 언급'이라는 제목으로 시가행진을 보도했는데 전두환 대통령의 이름을 제목에 언급함과 동시에 '2년 연속 시가행진은 전두환 정권 이후 40년만으로 군사정권의 잔재'라고 비판했다.
1일 국군의 날 행사에는 우리 군이 자체개발한 초정밀 탄도미사일 현무-5가 등장했고 무인잠수정도 소개되고 한국형 3축 체계 장비들이 모두 선을 보였다. 또한 미국이 전략자산인 B-1B 폭격기가 서울공항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대한민국 국방의 위용을 보는 국민들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뿌뜻한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강한 국방력만이 평화를 지킨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불문한 역사적 교훈이다.
그런데 MBC 뉴스데스크의 인터넷 버전에는 『올해 또 ’대규모‘ 군사퍼레이드..군사정권 방불』 이라는 보도와 함께 『대규모 시가행진..’환호와 불편‘으로 엇갈린 시민 반응』 등의 제목을 달아 역시 ’군사정권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뉴스데스크는 우리 국방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을 걱정하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40년전 군사정권을 이끌던 전두환과 오버랩시키는 제목과 내용으로 일관했다는 분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9월 9일 북한정권 수립 75주년 심야열병식을 보도하면서는 북한 체제나 김정은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한 줄도 내보내지 않았고, 마지막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동정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또한 작년 7월 28일에도 『땅에선 ICBM, 하늘에는 무인기‥'전승절' 열병식서 북중러 밀착』 라는 제목으로 북한 열병식을 보도하면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8형을 소개하면서 “열병식의 대미를 장식했다”라고 소개했다. 현재 북중러 밀착이 얼마나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지를 간과한 보도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열병식을 하며 남한을 “가증스러운 대한민국 족속들”이라고 보도한 것은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가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2년 연속으로 한 것은 군사정권의 잔재라고 비난하는 보도의 행태는 MBC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 아니라 조선중앙TV의 서울중계소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MBC노동조합(비민노총 제3노조)은 2일 성명을 통해 “북한 열병식은 ‘땅에선 ICBM, 하늘에는 무인기…’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8형을 소개하며 ‘열병식의 대미를 장식했다’는 식의 표현을 쓰면서, 우리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군사 정권의 잔재’라면서 폄훼하는 보도 행태를 비판하면서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였던 2020년 10월 MBC 뉴스데스크에서 북한이 심야에 개최한 열병식을 ‘밤축제’라 부르고, 김정은의 연설 사진과 함께 “남녘 동포와 손 맞잡길”이란 자막을 달아 보도했던 것도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 국회의원)는 3일 보도자료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두고 '2년 연속 시가행진은 전두환 정권 이후 40년 만으로 군사정권의 잔재'라고 비판한데 대해 “지난해 7월28일과 9월9일 당시 북한 열병식을 비판 없이 보도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MBC는 올해 6·25 기념식은 중계하지 않은 채, 미군의 양민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기도 했다. 지상파 3사 중 6·25 기념식을 중계하지 않은 방송사는 MBC뿐"이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종합해 볼 때 지금 MBC 보도 태도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MBC를 장악한 결과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국군의날 기념식 관련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민노총이 장악한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행진 보도에 대한 분석을 종합적으로 보면 MBC 스스로 개혁 불가피성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지난 7월 31일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6명을 새로 선임했는데, 임기 만료(지난달 12일)를 앞뒀던 현 이사 3명이 “절차가 부당하다며 새 이사 선임을 정지해 달라”고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12부가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내용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내렸고, 현재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 결정으로 이미 임기가 만료됐을 방문진 이사들이 여전히 직을 유지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MBC 개편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방문진 새 이사 선임은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에 근거해 이뤄져 문언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재판부는 방문진법의 ‘임기가 끝난 임원이 후임자 임명 시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제6조 2항)는 법 조항을 중심으로 해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간다는 논리를 폈다.
법원은 정부와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대체로 사법소극주의적 태도를 취해 왔다. 삼권분립 원칙에 입각해 ‘행정부의 전문적 견해나 직무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원칙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과 고대영 전 KBS 사장이 각자의 해임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냈을 때 모두 기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본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런데 이번 MBC의 경우에는 사법적극주의적 태도를 취했다. 더욱이 현재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탄핵 중으로 언제 결말이 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행진에 대한 MBC 보도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이라고 보기에는 한참 거리가 있어 스스로 개혁 불가피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C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으로서 본연의 모습으로 하루빨리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방문진 이사선임 집행정지에 대한 항고심이나 이진숙방통위원장 탄핵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조속히 내려져야 한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