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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신문 읽기] 尹-與지도부 만찬에 언론은 십자포화… "한가한가"

“나라 걱정 일언반구 없어… 국민 염장 지르기로 작정”(중앙일보)
“윤·한 갈등의 격화로 한동훈 배제된다면 ‘제2의 이준석’ 처지로 전락할 수도”(한국일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당정 지지율 동반 추락할 수밖에 없어”(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난 24일 만찬 회동을 했다. 만찬 회동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와 의료 사태 등 현안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26일 언론은 일제히 “지금이 한가한 시국인가” “국민의 염장을 지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라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이날 <단체 식사 모임 된 尹·韓 만남, 지금 그렇게 한가한가>라는 사설에서 “이번 회동은 두 사람이 그동안의 앙금을 풀고 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을 기회였다”면서 “국민을 납득시키려면 김건희 여사의 사과 등 적극적 해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소통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런 상태로 의료 사태가 해결되기도 어렵다. 다른 국정 개혁도 좌초될 수 있다”며 “위중한 시기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났는데 단체 회식으로 끝났다면 국민은 ‘그렇게 한가한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도 <“속 좁고 교활” “구중궁궐 갇혀”…’김·의·민’ 빠진 용산 만찬>이라는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그제 회동이 김 여사 논란과 의정 갈등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아무런 대화 없이 ‘밥만 먹은 만찬’으로 끝났다”며 “당정 화합을 위한다던 용산 만찬은 결국 윤 대통령실과 한 대표 간 불신의 골만 더 키운 자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번 만찬은 그간 수면 아래서 끓고 있던 갈등이 본격 분출하는 기폭제가 된 양상”이라며 “내전을 방불케 하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갈등은 가뜩이나 민심이반으로 흔들리는 정부여당에 치명상을 안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정을 책임진 여권의 두 축이 깊은 대화 없이 반목하고 불신해서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정의 동력을 되살릴 수 없다”며 “국정 책임자들의 감정싸움을 용인해 줄 만한 인내심이 국민에겐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여권 수뇌부의 맹탕 만찬…국민 염장 지르기로 작정했나>라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그제 만찬은 이들이 과연 국정을 이끌 자격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들게 했다”며 “지금 여권 상황이 ‘화합 만찬’ 따로 하고, ‘현안 만찬’ 따로 할 정도로 여유를 부릴 때인가”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대통령 지지율은 20%대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락 중이고, 거대 야당은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 공세를 파상적으로 퍼붓고 있으며, 좌파 단체들은 거리로 나가 대통령 탄핵 시위를 벌인다고 꿈틀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설은 “이런 판국에 여권 수뇌부 26명이 만찬을 하면서 나라 걱정은 일언반구 없이 덕담만 오갔다니 아예 국민의 염장을 지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라며 “두 사람은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다. 사감(私感)은 뒤로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 난국을 헤쳐나갈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의 '한동훈 패싱'은 국정 혼란만 키울 뿐>이라는 사설을 통해 “한 대표의 ‘대통령 독대 재요청’만 남게 된 24일 만찬 이후 네탓 공방이 무성한 터라 이러한 분열상은 내부 조정능력을 상실한 집권세력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바다”라고 우려했다. 

 

사설은 “대통령실 분위기를 보면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국정 현안을 논의할 의사가 있는지, 따로 만날 필요를 느끼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형식 문제를 들어 거절하는 모양새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소통과 문제해결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한 갈등의 격화로 한 대표가 배제되고, 나아가 ‘제2의 이준석’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면 국정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협량과 내분만 남은 윤·한 ‘맹탕 회동’, 국민 두렵지 않나>라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좁은 도량, 한 대표의 부족한 정치력으로 자중지란만 도드라졌다”며 “집권세력이 감정싸움으로 스스로 국정 발목을 잡을 만큼 한가하고 무책임한 것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사설은 “정치권 회동의 공식과도 같은 인사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민심 전달을 별러온 한 대표 발언 기회를 봉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한 대표도 기회를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발언에 나설 만큼의 결기나 정치력은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무책임한 집권세력은 처음 본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라며 ”이러니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