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에서 미군 2명이 대낮에 군중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범들은 현장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들먹이며 “양키 고 홈”을 외쳤다고 한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사건은 튀르키예 에게해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인 이즈미르 시 거리에서 발생했다.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폭행에 가담한 무리들은 젊은 남성 6~7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미군이 지나가는 걸 기다리고 있다가(ambush·매복) 갑자기 달려들어 미군 한명을 에워쌌고, 그를 붙잡아 머리에 비닐봉투로 보이는 물체를 뒤집어씌우기도 했다.
이때 또 한 명의 미군이 무리에게 달려들어 붙잡힌 동료를 구출하려 저항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현지인 남성이 미군의 '팔'을 주먹으로 가격하기도 했다.
이즈미르 시당국은 폭행범들이 튀르키예 민족주의 정당인 바탄당과 연계된 ‘튀르키예 청년연합’ 소속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미 해군 상륙함 USS 와스프에 승선한 미 해병 2명을 포함해 총 5명의 미국인이다. 폭행에 가담해 체포된 현지인은 총 15명이다.
다만 피해자들이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관은 "이즈미르에서 발생한 공격의 피해자들이 와스프호에 승선한 미군 병사들이라는 보도가 맞다"며 “튀르키예 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지속적인 조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청년연합은 “폭행은 정당했다(deserved)"며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난했다. 단체는 "우리 군인들과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의 피를 흘리게 한 미군들은 우리나라를 더럽힐(dirty) 수 없다"며 "미군이 이 나라에 발을 들여놓을 때마다, 우리는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인구의 98%가 무슬림인 튀르키예는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가장 강력하게 맞서는 제3국가다. 지난 5월 튀르키예는 이스라엘과 교역을 전면 중단했고, 최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칠레 등과 함께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데 동참했다. 이스라엘은 튀르키예를 나토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