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지난 2022년 9월 2일 윤 대통령이 유엔 총회 자리에서 했던 사적 발언인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논란과 관련된 사안이다.
그해 9월 28일 조선일보는 〈MBC 노조 “뉴스룸, 尹발언 엠바고 언제 풀리냐며 신나 떠들썩했다 한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고, MBC는 이 기사가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이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부장판사 문광섭)는 지난 23일 MBC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청구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는 중앙일보 보도가 29일 나왔다. 앞서 지난 1월 1심인 서울중앙지법도 “조선일보 기사는 MBC 뉴스룸 분위기에 대한 주관적 의견 표명”이라며 “정정보도 청구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 조선일보 기사는 MBC제3노조가 MBC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인용한 것이었는데, 기사에는 “22일 오전 MBC 뉴스룸은 ‘엠바고가 언제 풀리냐?’며 신이 난 듯 떠드는 소리에 시끌벅적했고, ‘바이든이 맞냐’고 의심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고 썼다.
이 대목이 허위사실이란 게 MBC의 주장이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는 ‘보도 내용 중 일부 취지가 분명하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 있다 하더라도 그 일부만 따로 떼어 명예훼손적 사실 적시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항소심은 이 판례를 인용하며 “기사의 내용은 대통령의 발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는데 기자들이 확인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보도했다고 비판 내지는 의혹을 제기하는 취지”라며 “MBC가 문제 삼는 부분은 ‘보도가 편향적이라는 주관적인 평가 내지 비판 의견’을 개진하는 표현이고, 이 부분을 떼서 명예훼손적 사실적시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MBC의 ‘바이든, 날리면’ 논란은 음성 분석 전문가들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모호한 발언을 기자들이 섣불리 판단해 오보를 냈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다. 2022년 9월 윤 대통령이 유엔 총회 방문 차 미국 뉴욕에 있을 당시 참모들에게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MBC는 자막을 썼다. 이 발언은 자칫 한미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있었던 데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도 아닌 것을 기사화해 무리한 보도란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이 “(한국)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었다고 설명했고,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해 1심에서 승소했다. MBC가 항소해 서울고법에 사건이 걸려 있다.
월간조선 편집장을 지낸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MBC가 소송에서 연패하는 이유는 기자로서 정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해설기사도 아닌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기자의 주관을 넣어 쓰면 안 된다. 그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