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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민주당 ‘묻지마 탄핵’에 일침… “정쟁의 도구 돼 걱정된다”

27일 헌재, '尹 탄핵 청문회' 관련 국민의힘-법사위원장 간 권한쟁의심판 변론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추천했던 김형두 헌법재판관 "법률이 정한 탄핵소추요건 취지 몰각"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헌법재판소에서 권한쟁의심판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관이 “탄핵소추가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무차별적으로 탄핵소추를 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사실상 일침을 가한 것이다. 

 

27일 헌재는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힘 법사위 소속 유상범·곽규택·박준태·송석준·장동혁·조배숙·주진우 의원이 민주당 소속의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의 공개 변론을 열었다. 다만 이날 변론 자리에는 청구인-피청구인 측 모두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참석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정 위원장 측 대리인에게 “지금은 인터넷 시대”라며 “인터넷에 청원 글이 게시된 후 30일 안에 5만명 이상 동의 요건은 너무 쉽게 달성되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재판관은 “수시로 탄핵소추를 조사한다고 청문회를 여는 건 법률에서 탄핵소추 요건을 가중한 취지를 몰각해 탄핵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 측 대리인은 “재판관님의 지적을 충분히 동의한다. 저도 같은 우려 하고 있다. 다만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듯이 대통령도 우리나라 법률상 청원을 피해갈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김 재판관의 지적은 ‘탄핵소추 요건을 가중한 건 그만큼 탄핵에 신중을 요하라는 것인데, 국회가 청원인 5만명 동의를 얻었다는 이유로 탄핵 청문회를 여는 건 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김형두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추천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김형두 재판관이 정확히 지적했고, 이제 헌재가 할 일은 그처럼 탄핵소추를 정쟁화하는 걸 견제하는 것”이라며 “사안을 신속하게 심리해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권한쟁의심판은  지난달 윤 대통령 탄핵 요청 청문회가 민주당에 의해 강행된 것과 관련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 강행에 반발하며 지난달 12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정 위원장의 청문회 청원안 상정과 가결이 헌법과 국회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무효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권한쟁의심판 청구취지에 대해 "법사위 회의에서 국회 교섭단체간 협의 없이 여당 몫 법사위 간사 및 소위원회 위원 선임이 없는 상태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원을 상정하고 가결선포한 행위는 중대한 위헌·위법한 하자가 존재한다"며 "여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국민대표권, 안건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