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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장관시절 미국 출장 수행원, 경비 축소 보고

법무부, 전·현직 장관 해외 출장 자료 전수 조사 후 뒤늦게 사실 파악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주제 美 대학 강연에도 국비 지출
박 전 장관보다 더 긴 일정과 많은 국가 방문에 더 적은 세금 쓴 한 장관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관 재임 시절 미국 출장 후 수행 인원과 출장 경비를 축소해 공무원 해외 출장 정보 사이트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btis.mpm.go.kr)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당시 ‘미국 대학 초청’이라는 명목으로 진행했던 현지 대학 강연 출강에도 국비를 지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연의 주요 내용은 ‘남북 법률가들이 교류하면 비핵화의 자산이 될 것’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지난 4일 조선일보가 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재직한 전·현직 법무장관들의 해외 출장비 내역에 대해 청구한 정보공개 자료를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일 ‘대한민국 정보 공개 시스템’을 통해 한동훈 법무장관과 박범계·추미애·조국·박상기 전 법무장관의 해외 출장 내역을 공개하라고 법무부에 청구했다.

 

이번 법무부의 전·현직 법무장관 해외 출장 내역 공개는 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작년 11월 한 시민단체는 한동훈 장관에게 그해 6~7월 미국 출장 경비로 쓴 집행 내역과 증빙자료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 24일 시민단체의 승소로 판결했다. 한 장관은 지난 9월 1일 국회에 출석해 “법원 판결에 따라 미국 출장비 내역을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지난 정부 장관급보다 내실 있는 출장이었고 돈을 아꼈다고 생각한다”라며 항소를 하지 않았고 1심 판결은 9월 9일 확정됐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박범계 전 장관은 재임 시절인 2021년 11월 17일부터 24일까지 6박 8일 동안 미국 워싱턴 DC와 뉴욕 출장을 다녀왔다. 박 전 장관의 미국 출장 일정은 대부분 비정부기관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일이었다. 박 전 장관이 다녀온 곳은 조지워싱턴대 한국학 연구소, 워싱턴 DC특파원 간담회, 뉴욕 동포 간담회 등이다. 국제기구는 UN뉴욕본부에서 실장 2명을 면담하는 등 1곳에 불과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법무실장, 통일법무과장, 정책보좌관, 사무관, 공익법무관 등 수행원 11명과 출장을 다녀오면서 총 1억 713만 원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기념품 구입비 등 기타 비용으로만 422만 원이 지출됐다.그런데 박 전 장관 재임 당시 ‘문재인 법무부’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박 전 장관의 미국 출장 수행 인원과 경비를 축소해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행 인원은 실제 인원 11명보다 6명 적은 ‘5명’이라고 밝혔으며, 출장 경비 총액도 실제로 사용한 1억 713만 원보다 3873만 원 줄어든 ‘6840만 원’으로 공개해놨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에 정보 공개 청구를 요청받고 전·현직 장관들의 해외 출장 자료를 전수 조사하면서 뒤늦게 축소 공개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동훈 장관은 2022년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다녀온 미국 워싱턴 DC와 뉴욕 출장에서 총 4840만 원의 경비를 사용했다. 한 장관은 기념품 구입비 등 기타 비용에는 따로 예산을 쓰지 않았다. 한 장관의 미국 출장에는 국제형사과장, 통역계장 등 3명의 수행원이 동행됐다. 한 장관은 7박 9일 간의 미국 출장에서 국가기관 4곳(미국 연방법무부·FBI·뉴욕남부연방검찰청·뉴욕시교정청 산하 교정시설), 국제기구 2곳(월드뱅크·UN뉴욕본부)을 방문했다. 한 장관은 박 전 장관과 달리 비정부기관을 찾지는 않았다.

 

한편 법무부가 2021년 11월 19일 공개한 ‘장관 동정 알림’ 자료와 ‘미국 출장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같은 달 18일(현지 시각) 조지워싱턴대학교 엘리엇스쿨(국제관계대학) 한국학연구소의 초청으로 약 1시간 동안 강연을 했다. 강연 제목은 ‘국제정치의 강 위에 법률의 징검다리를 놓고 싶다’, 부제는 ‘남북관계의 법제화,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이었다.

 

박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남북통일을 준비하며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공식적인 추진 방안은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1단계 교류협력, 2단계 남북연합, 3단계 통일완성이라는 단계로 구성돼 있다. 법무부는 각 단계에 필요한 법제적 준비를 담당하는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등 남북 법률가들이 만나는 게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박범계 전 장관은 재임 시절 2022년 1월 8~15일 6박 8일 동안 독일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박 전 장관과 당시 대변인, 정책보좌관, 상사법무과장 등 5명의 수행원이 동행했고 총 6992만 원을 썼다. 이 출장에서 나우만재단, 베를린 국제투명성기구, 대한민국비자신청센터, 독한법률가협회 등 비정부기관을 방문한 게 대부분이었다. 국가기관은 연방의회 법사위를 다녀온 게 유일했다.

 

한동훈 장관도 올해 3월 7~15일 7박 9일 일정으로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출장을 다녀왔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정책기획단장, 출입국이민관리체계개선추진단장 등 수행원 5명과 함께 5598만 원을 지출했다. 한 장관이 방문한 곳은 프랑스 내무·해외영토부, 네덜란드 법무안전부·이민귀화청, 독일 연방내무부·연방이민난민청, 국제형사재판소, 국제상설중재재판소 등 각국 중앙부처 5곳과 국제기구 2곳이었다. 박 전 장관은 한 장관보다 짧은 출장 일정으로 더 적은 국가를 방문하면서 더 많은 세금을 썼다.

 

형법 227조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한 문서를 실제 사용할 목적으로 허위 작성하거나 고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임 장관의 출장비 액수 축소에 대해서는 경위파악 중이고,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민섭 기자(darklight_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