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2일 국회의 노무현(盧武註)대통령 탄핵결의안 통과 후 KBS MBCSBS 등 지상파 3사의 탄핵 관련 TV 방송이 편파적이었으며, 시민들의 촛불 시위 참여를 부추겼다는 학계의 공식 결론이 (세달 뒤) 나왔다.
한국언론학회(당시 회장 박명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004년 6월 10일 방송위원회(당시 위원장 노성대 전 MBC사장)로부터 의뢰받은 ‘대통령 탄핵 관련 TV방송 내용분석’ 보고서를 통해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탄핵 관련 방송은)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발표하고 “그 이유는 방송사들이 탄핵안 가결을 둘러싼 갈등을 합법적 논쟁의 영역에 속하는 제도권 정치집단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본 것이 아니라, 일탈적 행위로 보았거나 그렇게 보고자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방송 3사의 저녁 종합뉴스와 시사 교양 정보프로그램의 내용, 프레임, 담화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책임연구원 이민웅(한양대) 윤영철(연세대) 교수와 공동연구원 윤태진(연세대) 최영재(한림대) 김경모(연세대) 이준웅(서울대) 교수가 실시했다.
보고서는 “공정한 뉴스란 '갈등적인 사안에 대해 어느 한 갈등적 당사자의 입장에 서지 않고 갈등을 갈등 당사자의 시각에서 갈등적 사안으로 취급하는 뉴스’를 의미한다.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사회 세력은 탄핵가결이란 사안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과 이해를 지녔으며, 이 사건의 원인 진단과 해결책에 대한 처방에 대해서도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제시했다. 977개의 탄핵 관련 뉴스 가운데 16.4%인 160건이 탄핵을 갈등적인 이슈로 다루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탄핵 반대 세력은 ‘억울한 약자’로, 탄핵 찬성 세력은 ‘부당한 강자’로 나눠 전자를 두둔하는 방향으로 전체 프레임을 구성했다”고 편파적 구도를 지적했다. 방송위원회는 국회의 탄핵안 가결 후 방송 보도의 편파성 지적이 일자 “민감성을 감안하여 정교한 분석 결과에 의거한 결론 도출이 필요하다”며 유례없이 언론학회에 방송 내용 분석을 의뢰했다.
언론학회는 2004년 3월 12일부터 20일까지 모두 96시간 분량의 보도 내용을 앵커 멘트, 자막, 인터뷰, 화면 별로 낱낱이 분석,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편파 여부를 가려냈다. 조사 결과 지상파 3사의 정규뉴스에서 탄핵 반대 진영의 인터뷰는 찬성 진영 인터뷰보다 무려 4배가 더 많았고,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앵커 멘트에서도, 탄핵 반대는 27건인 반면 찬성 쪽 멘트는 SBS에서만 단 한 건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프로그램별로 보면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과 KBS ‘미디어 포커스’가 특히 편향성이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은 앵커 멘트 11건 모두를 탄핵 반대 두둔에 할애했고, '미디어 포커스’는 탄핵 반대 인터뷰는 7건을 소개한 반면, 찬성 인터뷰는 한 건도 방송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방송이 논쟁적 사안에 섣불리 나서 주관적 판단을 내린 뒤 어느 한편을 비방하기 시작하는 대목에서 여론의 소통 경로는 차단된다”고 주장했다.
△분석 결과=탄핵 관련 뉴스에서 시민 인터뷰 비율은 탄핵 반대쪽이 찬성쪽의 4배에 달했다. 자막도 30.2%(탄핵 반대)와 19.1%(찬성)의 비율을 보였다. 이 차이는 시사•교양•정보 프로그램에서 더 컸다. 방송 3사는 탄핵 반대 촛불시위를 16건 보도한 데 비해 탄핵 찬성 시위는 한건 밖에 내보내지 않았다. 앵커 멘트도 탄핵 반대가 27건이었고,긍정하는 멘트는 SBS의 단 한건이었다.
특히 MBC는 편향적 앵커 멘트의 70% 이상을 윤색적인 형용사나 주관적인 표현을 썼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경우 11개 리포트 모두를 탄핵 반대를 두둔하는 데 할애했고, 앵커 멘트 11 건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의 편향성도 두드러져 KBS 특집 ‘대통령 탄핵-대한민국 어디로 가나’는 31(탄핵 반대) 대 1, KBS ‘미디어 포커스’는 7(탄핵 반대) 대 0 등의 수치를 보였다.
△'억울한 약자’와 ‘부당한 강자’=보고서는 방송 3사가 탄핵 관련 보도에 있어 ‘억울한 약자’와 '부당한 강자’의 프레임을 이용한 뒤 전자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방향으로 방송했다고 분석했다. 약자를 민주세력으로 부각시키고 강자를 비민주 세력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또 뚜렷한 근거없이 국민의 심리상태를 ‘충격’ ‘당혹’ ‘격렬’ ‘절망’ 등의 단어로 묘사했다. 특히 언론학회가 지적한 KBS의 편파성보도 사례를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KBS는 ‘시민여론반응’이라는이름으로 탄핵찬반론을 소개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보다 3배나 많은 반대론자를 등장시켰다. 3-1 의 편파성이었다.
*KBS 두 채널이 탄핵 결의후 실시한 탄핵 관련 방송시간은 9일간 505분으로, MBC의 2배, SBS의 4배였다.
*KBS 뉴스 앵커는 논평에서 4건의 탄핵 반대언급을 했지만 탄핵 찬성 언급는 없었다. 4-0의
편향성을 보인 것이다. KBS가 편향적 리포트를 한 것으로 분류된 9건은 전부가 탄핵반대 입
장을 두둔했고,찬성은 하나도 없었다. 9-0의 편파성이었다.
*KBS는 국회의 탄핵의결 이튿날 ‘탄핵정국 국민에게 듣는다’와 ‘대통령 탄핵-대한민국 어디
로 가는가’에 57명을 출연시켰다. 22명이 탄핵반대 입장,한 명만이 탄핵 찬성 입장이었다.
22-1 의 편향성이었다. 이 두 프로그램엔 65건의 인터뷰가 소개되었는데 60건이 탄핵반대,5건이 탄핵찬성이었다. 60-5의 편파성이었다.
*KBS의 미디어 포커스의 경우 탄핵반대자 인터뷰는 7명,찬성자 인터뷰는 한 사람도 없었다. 7-0의 편향성이었다.
*언론학회는 이런 편향 보도를 통해서 KBS(물론 MBC, SBS도 마찬가지)가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개혁적 민주투사, 억울한 피해자,동정받아야 할 약자로 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비개혁적,정략적,민의 외면 집단’ ‘국민의 배신자’로 그렸다는 것이다. 촛불시위참여자는 ‘민주주의 수호자’로 만들었다.
*편향 보도에 항의하는 야3당에 대해서 KBS는 “방송의 공정성을 계속 트집잡고 있다”“엉뚱하게 방송에 화풀이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보수신문에서는 방송이 여론을 조작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공격했다.
*탄핵 찬반이 주요 쟁점이 됐던 2004년 4월 총선에서 탄핵찬성 정당후보가 받은 표가 탄핵반대 정당의 표보다 많았다. 따라서 방송사에서 “여론을 반영해서 편파적으로 보도했다”고 변명한 것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었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지적한 3-1, 4-0, 9-0, 22-1, 60-5, 7-0을 모두 합하면 KBS의 노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와 찬성 보도는 105대 7이라는 극도의 편향성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는 2004년 3월 12일에 국회에서 노 대통령의 거듭된 '정치적 중립성 위반 발언’을 이유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자유민주연합의 주도하에 찬성 193표,반대 2표로 대통령을 대상으로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킨 사건을 말한다. 이때 노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고건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했다. 그해 5월 14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며 노 대통령은 다시 대통령 직무에 복귀했다.<서옥식의 가짜뉴스의 세계에서 발췌, 필자는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