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경영평가서가 창사 이래 최초로 채택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KBS 이사회가 경영평가 보고서 수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야권 이사는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고성을 지르는 등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KBS 이사회는 지난 17일 서울 KBS 본관에서 ‘경영평가 보고서 2차 수정안의 지침 부합 여부’를 논의했다. 공정언론국민연대와 20대대선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 등의 자료를 인용해 보고서 수정안을 작성한 것이 경영평가지침에 부합하는지가 주요 논점이었다.
안건을 제안한 조숙현 이사는 공언련 등이 시민단체이기에 경영평가 지침 상 이들 평가를 반영할 수 없다고 했다. 조 이사가 주장한 KBS 경영평가 지침 3조 나항은 ‘평가항목에 관하여 국가기관, 연구기관, 학술·전문가단체 또는 언론기관 등이 한 평가결과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제시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 이사들은 안건 논의 및 의결을 반대했다. 권순범 이사는 이사회에 ‘2차 수정안’이 공식 보고되지 않아 수정안과 지침의 부합 여부를 논의할 수 없다고했다. 김종민 이사는 “나치가 폭력으로 집권했나, 전부 합법적으로 집권했다. 우리의 과거 권위주의 정권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사안을 자꾸 표결하게 되면 독재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언련에서만 KBS 보도의 편파성을 지적하지 않았다. 수많은 보수 쪽 권위 있는 언론이 그런 부분을 지적했고 실제 KBS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검언유착’ 보도를 사과하는 데 3년 걸렸다. ‘생태탕 보도’는 어떤가”라고 덧붙였다.
반면 야권 이사진은 시민 단체 의견 반영의 부작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류일형 이사는 “주관적인 시민단체 평가가 없었던선례가 깨지면 앞으로 경영평가 보고서가 진영간싸움의 장, 각축장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다”며 “물론 KBS가 이때까지 완벽하게 공정 보도를 해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객관적이고 적절한 수준의 평가가 KBS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회의가 두시간 쯤 이어졌을 무렵 이사진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여권 이사 전원이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에 권순범 이사는 “이런 식으로 이사회 운영하지 말라.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여권 이사 퇴장 이후 야권 이사들은 표결을 진행하지 않았고, 오는 24일 임시 이사회에서 후속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좁혀지지 않는 이사진 간 입장차로 인해 KBS 경영평가서 채택 무산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