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넘기려다 경찰의 거부로 철회하는 일이 벌어지자, 언론이 일제히 공수처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공수처의 역량 부족을 고백한 것인가”라고 강하게 지적했고, 동아일보는 “공수처의 존재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신문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수사 능력이 담보되지 않는 조직 만들어 놓고 다그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7일 <영장 집행 경찰에 떠넘기려 한 공수처, 역량 부족 고백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경찰의 거부에 대해 “체포 주체는 영장을 받은 공수처가 돼야 하고, 체포를 국수본에 일임한다고 ‘지휘’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설은 “이후 공수처가 보낸 공문을 회수하며 공조본 체제는 유지하기로 했지만, 공수처의 무능과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며 “이번 사례를 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오동운 공수처장을 상대로 ‘윤 대통령을 시한 안에 체포하지 못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하는 모습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을 허술하게 만든 당사자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체포만 경찰에"… 존재감 보이려다 헛발질만 해대는 공수처>라는 사설에서 “수사 초반 윤 대통령 수사를 놓고 검찰, 경찰, 공수처 간에 물밑 경쟁이 벌어졌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기관이 공수처였다”며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한 데 이어 검경을 상대로 이첩 요청권까지 행사해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을 가져온 만큼 그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줬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검사와 수사관을 합쳐 50명 안팎에 불과한 공수처가 수백 명의 인력과 장비를 갖춘 경호처를 상대하는 데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런 만큼 경찰과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치밀하게 영장을 집행했어야 했는데 어설프게 밀고 들어갔다 빈손으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계속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까지 보이게 된다면 공수처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尹 체포 집행 '외주' 준 공수처… 이럴 거면서 사건 욕심 냈나>라는 사설을 통해 “'영장을 누가 집행하느냐'라는 기술적 문제로 왈가왈부하느라 체포영장 마지막 날을 날려버렸다”며 “헛발질이 계속되는 사이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모으며 세력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사설은 “이 사태로 공수처는 기관 이익(존속 및 규모 확장)을 챙기려고 사건을 가져가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아마추어 대응은 더 이상 봐줄 수 없다. 경찰에 아예 사건을 넘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는 <역량 부족 자인한 오락가락 공수처… 수사 제대로 되겠나>라는 사설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려는 공수처의 시도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낸 점, ‘집행 지휘’라는 표현을 쓴 점 등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사설은 “내란죄 수사를 위해 공조해야 할 기관 간 잡음만 자초한 채 웃음거리가 된 셈”이라며 “대통령 경호처가 어떻게든 영장 집행을 막으려 할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었는데 수사 주체가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열어 주세요. 같이 가시죠’라고 하면 윤 대통령이 따라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무책임 공수처… '내란 수사권' 경찰 넘겨 법적 시비 없애야>라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설은 “공수처는 검수완박의 정치적 목적 아래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출발했다. 그런 공수처에 민주당이 비난하는 것은 사실상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도 크다”며 “공수처에 일일이 수사방식과 속도를 지시하듯 주문하다 원하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자 경찰로 수사권 이첩을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초에 수사 능력이 담보되지 않는 무기력한 조직을 만들어 놓더니 이제 와서 부실한 공수처를 믿지 못하겠다고 다그치는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라며 “내란 수사와는 별개로 공수처의 존재 방식에 대해 민주당이 책임지고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책임이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