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방송 뉴스가 국회 경내에 진입한 계엄군의 동향을 송출하고 있을 때, 수백명의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 곳곳에 진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네티즌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종의 ‘성동격서’ 전법을 썼다는 것이다. 비상계엄의 이유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과 일부 여론조사 기관의 여론 조작 의혹을 캐고자 함이었고,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건 일종의 시선 교란 전략이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를 보면, 계엄군이 경기 과천에 위치한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 투입된 건 계엄 선포 2분만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전날 밤 10시28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10시30분쯤 계엄군 10여명이 선관위 청사에 들어간 것이다. 즉 계엄군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이 바로 선관위였다.
그로부터 2시간쯤 뒤인 이날 0시30쯤엔 계엄군 110여명이 추가로 청사 안으로 투입됐다.
선관위 측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관악청사, 선거연수원 등에 약 300명의 계엄군이 진입했다”며 “총 3시간 20여분 동안 점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엄군 작전 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으며,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계엄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즉시 선관위를 향했지만, 국회에는 계엄선포 뒤 1시간이 지나서야 진입했다.
계엄군이 확보한 자료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일단 선관위 측은 최초 투입된 계엄군이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했는데, 계엄군이 커다란 박스를 들고 다른 계엄군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오는 장면이 YTN 방송 화면에 포착됐다. 이 박스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계엄 하에선 영장 없이도 압수수색이 가능하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군이 과천 중앙선관위 건물에서 들고 나온 커다란 박스가 무엇인지 기대된다”며 “그 내용물이 선관위의 메인 서버 내지는 하드 디스크, 관련 문건이기를 절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고 적었다.
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도 관심을 더하는 이유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대규모 부정선거 행위가 발생해 선거가 무효로 된 적이 있다. 사디르 대통령은 이때 총리 권한대행으로 임명된 뒤 대통령직에 오른 인물이다.
부정선거 의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이 참패하면서 일부 보수세력들이 제기한 의혹이다. 하지만 이렇다할 근거가 없이 그저 주장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혹에 동조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의 목적이 부정선거와 여론조작 의혹 규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