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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모 성명 "反헌법적 정보통신망법은 정권 비판 입틀막, 즉각 철회하라"

"사회 공론장을 파괴하는 권력을 자유·공화 시민은 거부한다"
"이 법안은 정권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적 표현 통제 장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모임’(정교모)이 최근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즉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와 헌정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내용의 규탄 성명을 냈다.

 

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통했을 때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1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 유통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고, 별도로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친민주당 성향 언론조차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 허위보도로 몰릴 수 있다고 반대하는 법안이다.

 

정교모는 11일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단체는 “한국신문협회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공식적으로 지적했다”며 “언론학자들이 참여한 토론회에서는 이 법안이 ‘언론자유 위축의 최악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상기했다.

 

정교모는 이어 “불과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법률이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분으로 충분한 공론 과정 없이 밀어붙여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개탄했다.

 

정교모는 “개정안의 핵심 문제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 정의, 과도한 경제적 제재,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광범위한 삭제·차단 의무”라며 “현실의 정치·사회 담론은 사실·의견·해석·평가가 복합적으로 결합해 있기 때문에, 이 규정들은 정권 비판, 정책 비판, 학술 연구까지 포섭할 수 있는 넓은 영역을 열어놓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명확한 정의는 공적 비판의 기반을 약화하고 탐사보도의 영역 전체를 법적 위험지대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정교모는 또 “법안은 언론사, 1인 미디어, 유튜버 등 사실 전달을 본업으로 하는 모든 개인과 기관이 거대한 법적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로, 취재원 보호와 탐사보도 등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언론단체들은 이 조항이 “언론을 겨냥한 사실상의 통제 수단”이라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정교모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삭제·차단 의무도 심각한 위협”이라며 “법안에 따르면 정보의 일부라도 허위로 판단되면 전체 게시물의 유통이 금지될 수 있어, 플랫폼은 법적·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권력 비판이나 민감한 정치적 표현이 포함된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삭제할 유인을 갖는다”고 비판했다. 자연히 이는 국정 운영의 비판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고, 공론장을 사적 검열 체제로 전환할 위험이 크다는 게 정교모의 진단이다.

 

정교모는 법안에 대해 “2017년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제정한 ‘혐오법(Ley contra el Odio)’은 ‘증오 조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근거로 최대 20년 징역형을 허용하고, 언론사 폐쇄, 인터넷 포털 차단까지 가능하게 했다”며 “중국에서도 형법 제293조 ‘심계자사(尋釁滋事, 시비 조장 및 소란)’는 정권이 원하지 않는 비판 표현을 처벌하는 만능 조항으로 기능해 왔다. 2011년 이후 이 조항은 온라인 공간까지 확대 적용됐고, 2013년에는 최고법원의 사법해석을 통해 SNS상의 ‘루머(rumor)’나 정권 비판 글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됐다”고 상기했다.

 

이에 따라 정교모는 “결론은 분명하다. 이 법안은 허위 정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정권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적 표현 통제 장치”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즉각 철회를 요구한 정교모는 “만일 정권과 여당이 이를 강행하면 우리는 학계·언론·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