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민이 중국의 개정된 반간첩법에 의해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금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는 “우리도 간첩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우리 국민은 외국에서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는데, 정작 우리는 외국인 간첩을 처벌도 못하는 법 현실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30일 <中 反간첩법으로 우리 교민 구속, 우리는 당하기만 할 건가>라는 사설을 통해 “일부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외국인을 간첩 혐의라며 체포한 뒤, 상대국과의 협상에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외국이 우리 국내에서 벌이는 반국가 정보 활동을 처벌할 법적 근거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이 중국 동포에게 우리 첩보 요원 신상을 유출한 사건을 계기로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이 아닌 ‘외국’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법 개정은 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을 대리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게 해서 누가 어느 나라를 위해 일하는지 분명히 알게 하자는 외국대리인등록법 제정안도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대공수사권을 박탈당하고 외국 간첩도 기소할 수 없는 우리 국정원은 손발이 묶였다”며 “우리 국민은 외국에서 간첩 혐의를 쓰고, 우리는 외국인 진짜 간첩을 처벌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도 이날 <中 반간첩법으로 한국인 첫 구속, 정부 적극 대응을>이라는 사설에서 “중국은 반간첩법을 강화하며 기존 40개 조항을 71개로 확대하고, 간첩 행위를 '기밀 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으로 명시했다”며 “코에 걸면 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식 법 적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사설은 정부의 대응에 대해 우리 국민이 구속됐는데도 주중한국대사관이 이를 숨기는 데 급급한 건 실망스럽다”며 “지난해 10월 일본 제약회사 직원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구속되자 일본 정부가 조기 석방을 공개 요구한 것과도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중국이 반간첩법을 완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상호주의 입장에서 우리도 중국으로 첨단 기술과 정보가 넘어가지 않도록 촘촘한 법망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개정된 반간첩법을 시행했다. 간첩 혐의로 구금된 교민은 해당 법에 적용된 첫 한국인이며 지난해 12월에 체포됐다. 하지만 이 사실은 체포된 지 한참 뒤인 지난 28일 주중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교민은 삼성전자에서 일을 하다가 2016년에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옮겼지만, 중국 회사의 정보를 한국에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