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응급센터를 지킨다는 이유로 이런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올린 ‘블랙리스트’에 대해 의사 내부에서도 개탄이 나온다. 일부 의사들이 블랙리스트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를 응원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조용수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블랙리스트를 민주화 시대 화염병과 등치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의정 갈등이 민주화 운동만큼의 역사적 정당성을 띠는지는 둘째치더라도, 수단의 방향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화 운동 당시 화염병이 향한 곳은 부당한 공권력이었지, 결코 동료나 시민을 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투쟁은 절박하다. 결국 투쟁의 가치는 역사와 시민이 평가한다”며 “블랙리스트라는 백색 테러가 역사에 어떻게 남게 될지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무한히 긍정하며, 사직이 아닌 파업을 하더라도 지지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예외”라고 밝혔다.
또 “테러리스트 외에는 시민의 목숨을 볼모로 하는 투쟁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그게 내가 병원을 지키는 이유로 나는 나의 방식대로 당신들은 당신들의 방식대로, 서로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싸우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신들과 다르다고 손가락질하고 낙인찍고, 조롱하는 이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블랙리스트는 정당한가, 아니면 블랙리스트는 잘못이 맞지만 수사가 과하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조 교수는 의사 블랙리스트 같은 행태가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추진 방식과 똑같다면서 정부 방침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들이 정의롭기에 불법적인 수단을 활용해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그게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아마 의사증원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의 정의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