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초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주장했다가 최근 ‘보완 후 시행’으로 말을 바꾸면서 개미투자자들의 분노가 이 대표에게로 쏠리고 있다. 개미들은 금투세를 ‘이재명세’란 별칭으로 부르며 ‘금투세는 조세 정의’란 민주당의 주장을 전혀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 블로그 댓글에서 드러난 투자자들의 민심은 오히려 “민주당이 일부 부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사모펀드에 특혜를 주려 천만 투자자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지난 1일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양자 회동에서 ‘금투세 보완 후 시행’ ‘유예 불가’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전당대회 중에는 ‘유예 또는 완화’를 주장했다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후 이 대표 블로그에는 항의가 쏟아졌고, 9일 오전 현재 금투세 폐지와 민주당을 향한 분노를 쏟아내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그중 민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글이 있어 주목을 끈다. 필명 ‘어OOO’을 쓰는 한 네티즌은 금투세를 폐지하라는 건 정치적 성향이나 지지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민주당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분노를 쏟아내는 댓글과 달리 오탈자 하나 없이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일부를 인용한다.
그는 “이토록 많은 개인투자자가 반대하는 것은 집권당이 좋거나 민주당이 싫어서가 아니다”라며 “자신이 투자한 주식 계좌가 하루가 다르게 손실이 커지고 수익은커녕 원금 찾을 길도 막막해지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또 “주식 투자를 해보신 분은 안다. 계좌가 반토막이 났다면 원금 회복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를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며 금투세가 초래할 주식시장의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혹자는 개인투자자가 1년에 5000만 원 이상 수익을 내는 경우가 드물고 고수익을 내는 투자자는 1% 정도밖에 되질 않으니깐 괜한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소수 메이저 세력이 주가의 등락을 결정하며 개인투자자는 시세를 추종하는 매매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99%의 개인이 아니라 1%에 해당하는 기관, 외인, 큰손”이라며 “선반영이 되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한국 증시는 전쟁 중인 러시아보다 하락 폭이 심하고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지난 7월초 2890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쭉 내려가는 추세다. 9일 오전에는 2513까지 빠졌다.
그는 또 “이미 한국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수십조 원에 달하고 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란 웃지 못할 유행어까지 생겼다”며 “이토록 분명하게 주식시장은 금투세 영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민주당 강성 의원들만 금투세 시행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떠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말씀처럼 '한국에서 금투세를 시행하면 비포장도로에서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민주당이 진심으로 서민을 위한 정당이고 국가 발전을 위한다면 금투세 시행에 앞서 상법 개정과 주주 보호를 위한 대책을 세워서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고 개인투자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 선진국으로 만들고 난 후에 금투세를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이 득표에 불리한데도 금투세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사모펀드 특혜가 목적이란 개미들의 의심 역시 언급했다. 그는 “사모펀드는 국회의원 및 고위직 간부, 부자들이 재산을 불리는 비공개 운용 펀드”라고 주장하며 “금투세가 시행되면 사모펀드도 금투세 대상이 되어 최고 세율 49.5%→27.5%로 거의 50%나 세금감면이 된다. 금투세는 부자감세”라고 단언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도 "(민주당이) 금투세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에 항간에 떠도는 '초부자 사모펀드 세력과 연계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금투세를 통해 화천대유 같은 대장동 펀드의 세금을 깎아주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10억원 이상 투자수익을 거두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세율이 49.5%에서 27.5%로 낮아진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