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정치권 안팎에서 존재감이 높아지는 이유는, 그가 방통위에 대한 야당의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잇달아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행은 지난 6일 방통위 현장검증에 나선 과방위 야당 의원들에게 "질문할 자세를 갖추었는가. 지금 수십 명 끌고와서"라고 직격했다. 또 14일 과방위 청문회에선 야당 의원들의 고압적 태도에 굴하지 않고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해 야당 의원들을 곤혹케 했다.
14일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선 야당 위원들이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을 김 대행과 방통위 관계자들에게 집중 캐물었다. 이 과정에서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김 대행에게 고함을 치자 김 대행은 “잘 들리니 언성 높이지 마시라”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톤 조절은 내가 한다”며 “건방 떨지 말라”고 다시 한번 고함을 쳤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운영이 졸속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급성을 하나도 안 따지고”라고 지적하자 김 대행은 “제가 답변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조 의원이 “아니. 필요없다”라며 답변을 안 듣겠다고 하자 김 대행은 “그럼, 질문을 왜 하셨나. 허허”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마이크가 꺼진 상태였지만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국회의원이) 질의하고 하는 게 웃기나”라는 지적이 나오자 김 대행은 “아니 그럼 행동 점검(지침)을 주세요”라고 맞불을 놨다.
이에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김 대행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으며 “조금 진지하게 답변에 임하셔야 한다. 답변하실 때 팔짱을 끼거나 그런 건 지양하고 웃는다거나 얼굴을 마구 비빈다거나 그런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대행은 “아니 얼굴 비비는 것까지 뭐라 하시면 (어떡하나)”라며 “팔짱은 안 끼겠다”고 응수했다.
김 대행은 최근 방통위 대회의실을 리모델링하라고 위원회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지난 6일 현장검증을 한다며 회의실을 차지한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 석에 함부로 앉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시 김 대행은 야당 의원들이 자료를 달라는 요구에 대해 ‘의결 사항’이라 줄 수 없다고 원칙 대응을 했다. 김 대행은 리모델링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 현장 검증 때 발생한 ‘기관 유린이자 기관 명예훼손’에 대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