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가는 가운데, 김 전 지사의 선거범죄를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알리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과 당원 다수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하고 있어 이들을 다독이기 위한 행보란 분석도 뒤따른다.
지난 9일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김 전 지사 복권과 관련해 한 대표는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를 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민주주의 꽂힌 선거를 파괴한 드루킹 그분 물음표 반성은커녕 ‘진실은 법정 밖에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라며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 전 지사가 대법원 확정 판결 후에도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소환한 것이다.
다만 한 대표는 측근 또는 ‘핵심 관계자’의 입을 빌려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을 뿐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내지는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공개 반대에 나설 경우엔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이 다시 전면 부각할 수 있어 당과 대통령실 모두 이 점을 우려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한 대표는 왜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할까. 현재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복권 반대가 압도적이다. 당원들은 드루킹 특검이 문재인 정부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100만 개 이상이 되는 댓글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석해 밝혀낸 범죄란 점을 환기하고 있다. 당원들은 김 전 지사가 “판결에 승복하지도 않고 계속 오리발 내미는데 이런 사람을 어떻게 복권시키느냐”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8일 발표된 뉴스토마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찬성은 43.2%, 반대는 41.0%로 양측 의견이 팽팽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15.9%였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찬성이 16%, 반대가 67.5%로 압도적으로 반대가 많았다. 당원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반대여론이 찬성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 눈높이를 따져봐야 한다”며 “한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반대와 윤 대통령의 복권 결정 이 중간에 서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 대표는 어차피 자신이 복권을 반대한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뒤집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또 김 전 지사의 죄상을 국민들한테 한번 더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일종의 견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전략적이고 정무적 판단 아래 반대 입장을 언론에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