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가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입수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25일엔 문재인 정부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것과 관련된 얘기가 김 여사와 최씨 사이에서 오간 게 보도됐다. 요지는 당시 윤 총장이 조 장관을 수사한 것은 문 대통령 뜻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인 조국 현 조국혁신당 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책략”이라고 단언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문재인 윤석열 둘은 운명공동체였다”며 “자기를 임명해준 임명권자를 목숨 걸고 지킨 죄값을 치르는 것"이란 묘한 말을 카톡으로 한다. 김 여사는 최 씨에게 “보안을 지킬 수 있나”라고 물으며 “저희는 정치인도 아니고 (문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계속 존경 받으시고 (저희가) 대신 욕 먹고 배신자로 낙인찍히더라도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려는 충심이었다”라고 한다.
또 "(문 대통령) 지지율 떨어지는데 조국이 장관서 나갈 생각을 안 하니까, 정경심을 구속하라고 지시한 게 문통이다”라고도 한다. 김 여사는 “당시 남편은 문통을 무시하고 자기들 세력을 키우려는 세력들을 문통 대신 쳐준 것”이라고 사안을 해석했다.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에 도전하는 세력의 중심에 조국 장관이 있다고 봤고, 그래서 검찰권을 활용해 조 장관 일가를 수사했다는 것이다.
26일 조국 대표는 김 여사를 “책략과 이간질에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며 이 대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의 문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봤다”며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지어내서 하는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김 여사는) 정치적 능력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있는 사람이고, 부분적 사실과 부분적 허위를 섞어가지고 자기와 자기 남편의 입지를 정당화하는 데 매우 능한 사람”이라며 “거기서 보게 되면, 유시민과 조국을 갈라치기하고, 문재인과 조국을 갈라치기하고, 문재인과 이해찬을 갈라치기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이간질하는 발언을 최 목사한테 흘린다”고 풀이했다.
그런데 함성득 경기대 교수도 자신의 책 ‘위기의 대통령’에서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책에는 윤 총장이 문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정경심을 기소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꼭 그렇게 해야겠나”라고 대꾸한 뒤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이 침묵을 ‘수사하라’는 사인으로 받아들였는데, 얼마 후 조국 장관을 임명하자 총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로 의사를 번복하면서 “조국 수사는 철저히 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이 그러라고 했다고 한다.
보수우파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간 관계를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이들은 이번 정부 검찰이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관련 사건 수사를 미적거리고 있으며, 그 이유는 두 사람 사이에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은 특수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 윤석열 총장은 조국 장관 일가를 엄격하게 수사한 이후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았지만, 정작 문 전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장관을 앞세울 뿐 본인은 뒤로 물러나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덕분에 검찰권에 개입하지 않는 민주적인 대통령 이미지로 비쳐졌고, 윤 대통령이 조국 수사로 몸집을 키운 건 두말할 나위가 없는 팩트다. 조국 수사는 尹-文 두 사람 모두에게 득이 됐다는 얘기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없다지만, 만일 지금 대통령이 이재명이었더라도 문 전 대통령은 양산 저택에서 편히 살고 있을까.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