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의 피의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사진)가 1심 선고를 앞두고 “검찰청사에서 이재명 대표를 엮으려 연어와 술을 먹으며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고 4일 주장한 데 이어 수원지검이 “100% 허위”라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가짜뉴스’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검찰사건조작 특별대책반(대책반)’을 19일 설치했고, 하루 전날엔 수원지방검찰청과 수원구치소,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여 “수원지검은 진술 조작 모의 의혹 수사의 주체가 아닌 수사 대상”이라고 대검찰청의 감찰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검찰의 진술 회유’ 가짜뉴스 논란에 팔 걷고 나선 이유는 이재명 대표가 이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100만~200만 달러를 보내고 계약서를 쓰는 등 일이 잘되는 것 같다. 2020년 초 방북이 성사될 것 같다’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던 9월엔 자필 진술서에서 “검찰로부터 별건 수사를 통한 추가 구속기소 등 지속적 압박을 받으면서 이재명 지사가 (대북송금에) 관련된 것처럼 일부 허위 진술을 했다”며 “이재명 지사에게 어떠한 보고도 한 적이 없으며, 김성태와 전화 연결을 해준 사실도 없다”고 해당 진술을 180도 바꿨다. 이에 앞서 “보고했다”는 진술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이 돌연 해임되기도 하고, 이 전 지사의 부인이 법정에서 “정신차리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이번 달 초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7월 초) 검찰청에서 (김 전 회장의 지시로 쌍방울 직원이 사 온 연어와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며 검사휴게실을 회유 장소로 지목했다. 진술 번복에 이어 해당 진술이 검찰에게 회유당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검찰은 교도관이 작성한 출정일지와 호송계획서 등을 공개하면서 “이 전 부지사가 음주했다고 주장하는 일시에 구치감이나 수원구치소에 있었음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 대질조사를 받은 김성태 전 회장 등을 조사하고 음식 주문 및 출정 기록을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 없고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조차도 반입한 사실이 없다며 반박했다. 검찰은 또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할 이유도, 실익도 전혀 없다”고 17일 밝혔다.
김성태 전 회장도 19일 오전 수원지법에 출석하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고 불가능하다”며 검찰청 안 식사에 대해서는 “몇 번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주말에 조사를 할 때는 검찰청사 안 구치감에서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안주에 술을 마셨다고 이 씨가 말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이 전 부지사는) 저하고 오랫동안 가까운 형·동생 사이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참담하다”고 말했다. 연어 등을 배달했다고 지목된 쌍방울 측 직원도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신문과 방송에서는 양측의 주장을 전할 뿐 사실 여부를 입증할만한 다른 팩트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한겨레는 18일자 인터넷 판에 이화영 전 부지사의 주장이 사실일 개연성을 시사하는 기사를 올렸다.
이 신문은 <검사실서 사기범 통화 6번 방치…징계받은 ‘이화영 수사’ 지휘자>라는 제목의 기사로 당시 수사를 이끈 김영일 수원지검 2차장검사(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가 다른 수형자(1조원 규모의 사기범)의 개인적 통화를 방치해 2022년 견책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과 함께 지난해 6~7월은 김 지청장이 수원지검 2차장으로 근무하던 시기(2022년 9월~2023년 9월)이라면서 마치 이 전 부지사 진술의 개연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대책반을 설치하고 공세에 나섰지만 현재 드러난 상황으로 보면 이 전 지사의 주장은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부지사가 진술한 음주 시간과 날짜 등도 오락가락하는데다 검찰의 반박은 물론 김성태 전 회장과 직원의 진술에 맞설만한 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사평론가는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하자마자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빌미로 검찰 수사를 송두리째 뒤엎으려 하고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이재명 호위무사’로 불리는 변호사 등으로 대책반을 구성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관계를 뒷받침할 증거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심민섭 기자 darklight_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