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량을 낮추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선처 탄원서를 만들어 제출한 마약사범이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검사 김해경)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2월 필로폰을 두 차례 투약하고 임시마약류를 소지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기소돼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A 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10월 “법정 태도에 비추어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구속됐다. 이에 A 씨는 보석을 통한 석방을 노리고 지인과 가족 등 명의의 탄원서를 다수 제출했다.
지자체 체육단체 팀장 B 씨도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해당 지자체 체육회와 협력해서 공익활동을 많이 했으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 담당으로 제출된 탄원서를 검토하던 정기훈(사법연수원 44기) 검사는 문서 위조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피고인이 정당 내부의 불미스러운 일에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웠다"는 등 전반적으로 글의 문체가 번역문처럼 부자연스러웠던 것이다. A씨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인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검찰은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체육회 및 구치소 사실조회 등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결과 해당 탄원서는 챗GPT를 이용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구치소에 있던 A 씨가 지인에게 'OO시 체육회, 공익활동, 당내 경선 문제 해결' 등 키워드를 주면서 탄원서를 만들어달라고 한 뒤 이를 전달받았던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해당 시 체육회와 관련된 공익활동을 한 사실이 없음은 물론 B 씨와도 모르는 사이였다. 탄원서에서 B 씨 이름 옆에 찍혀 있는 지문은 A 씨 본인이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담당검사의 치밀한 검토와 적극적인 수사로 가짜 탄원서임을 밝혀낸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검찰은 생성형 AI기술을 악용한 증거조작, 위조 범행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심민섭 기자 darklight_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