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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뒷수갑 금지했다’, '경찰 못해먹겠다', 팩트체크 해보니…

인권위 “뒷수갑 금지 권고 한 적 없어”…경찰청, 확인 취재 전화 안 받아
"포승줄 자체는 정당, 묶인 모습 일반인 노출은 인격권 침해"…관련 규정 보완 권고
경범죄 위반 사유 체포, 사안마다 달라…인권위 결정과 법원 판결 내용 다른 경우도
흉기 사용 피의자에 대한 적극 대응 가능…형사소송법 제211조에 근거 있어


범인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인권 침해 결정 및 시정 권고에 대해, 참다못한 한 경찰이 게시판에 올린 글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지난 5일 ‘블라블라’ 명의의 '경찰 못해먹겠다' 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갑을 앞으로 채우라고 한 인권위와 이를 받아들인 경찰청 ▲수갑 채울시 보이지 않게 가리라고 한 인권위와 이를 받아들인 경찰청 ▲경범죄 위반 체포시 불법 이라는 뉴스 보도 ▲달리는 차에 총 쏘지 말라고 함 ▲피의자가 칼 들 시 적극적이라고 대응하라고 한 부분에 대한 법조항 미비 ▲1시간 동안 쌍욕한 피의자에 조용하라고 반말한 부분에 대한 경위서 작성

 

이는 주로 경찰 공무원으로서 현실과 동떨어진 사건·범죄인 대응 지침 등을 비판하면서 일종의 하소연을 담은 내용이다. 특히 최근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 무차별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경찰로 추정되는 익명의 작성자는 위 내용을 근거로 "범인을 잡으면 인권 침해라는 데 내가 경찰인지 범인인지 모르겠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에 14일 트루스가디언은 인권위와 경찰청에 질의와 함께 관련 법 조항 및 최근 보도 내역 등을 분석하는 등 위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1. 인권위가 경찰청에 수갑을 앞으로 채우고, 안 보이게 가리라 했다는 부분

 

인권위 홍보협력과는 "인권 침해로 진정이 올라온 개별 사안에 대한 결정 내용만 알려줄 수 있을 뿐, 인권위 차원에서 경찰청에 정책 차원으로 직접적으로 지시한 부분은 없다"며 "경찰 수갑사용 관련 결정례(사건번호 22진정0991000) 에 문의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지난 4월 25일 22진정0991000 결정에 의하면 피진정인(경찰서)이 수갑·포승을 사용한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유치장에 수용 중이라는 점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필요 최소한을 넘어서는 과도한 장구 사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과 진료 과정에서 포승줄에 묶은 모습을 일반인에게 노출시킨 것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에게 피의자에 대한 포승사용 시 인격권 침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포승을 사용할 경우 그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수갑 등 사용지침」 등 관련 규정을 보완할 것 ▲보완된 관련 규정을 각 지방경찰청 및 경찰서에 하달하고 직무교육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청 홍보담당자에게 위 사실과 관련해 질의하고자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경찰이 뒤에서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는 행위는 인권침해 소지가 높은 만큼 경찰 스스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경찰의 수갑 사용 지침에는 도주나 폭행, 자해 등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될 때 뒷수갑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

 

2. 경범죄 위반 사유 체포에 대한 불법 여부

 

이 경우는 사안마다 다르다. 인권위는 경찰이 지난해 11월 시위하던 금속노조 지회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누르며 수갑 채운 것에 대해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 7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5월 23일 서울 수서경찰서장에게 대치지구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하라고 권고했으며, 해당 결정문은 지난 7월 4일 김 지회장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이러한 인권위의 결정이 법원의 결정과 상반돼 논란을 불러온 사례도 있다. 경찰이 주차된 차량 옆에 누워있던 취객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취객이 왼손을 들어올리자 경찰은 취객을 밀쳤고, 취객이 왼손으로 경찰을 때리려하자 경찰은 이를 피하고 해당 취객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취객은 경찰에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체포 당시 취객의 행위는 단지 경찰을 향해 손을 앞으로 뻗는 정도에 불과해 제압할 정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 체포로 인권침해를 당한 것이 인정된다"고 해당 경찰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권위 결정 1년 뒤 법원은 "취객이 점차 강도가 높아지는 방식으로 시비를 걸어 위험성이 커지고 있었으니, 현장 경찰로서는 당시 상황을 기초로 체포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경찰관이 인권침해를 이유로 징계를 당해야 하고 취객이 인권침해 피해자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인권위의 징계 권고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3. 흉기 사용 피의자에 대한 적극 대응 근거(법조항) 미비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에 근거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1항은 체포 대상인 현행범인에 대해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이라 설명하며 아래 4개 중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형소법 제211조 2항에 의하면 현행범인에 대해 ▲범인으로 불리며 추적되고 있을 때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흉기나 그 밖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 ▲신체나 의복류에 증거가 될 만한 뚜렷한 흔적이 있을 때 ▲누구냐고 묻자 도망하려고 할 때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흉기 사용 피의자의 경우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흉기나 그 밖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로서 체포 대상인 현행범인에 해당한다. 다만 ‘흉기’ 앞에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과 같은 단서가 붙는 것이 해석상 오해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4일 고속터미널에서 칼부림 신고가 접수돼 서초경찰서 경찰관들이 흉기를 소지한 20대 남성을 체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