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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식의 가짜뉴스 팩트체크 50]⑬MBC PD수첩, 외교 문서 자극적 오역으로 반미 감정 부추겨(2003년)

'한반도 위기의 진실'편에서 "한국을 미국의 종"이라고 오역한 자막 내보내 반미감정 선동.
'한국은 미국에 종속적'이라는 표현 등으로 한미동맹을 주종 관계로 풀이
'미국이 대북 공격 능력 있다'는 대목도 '대북 공격 권한 있다'도 자막 내보내

⑬<사례 1 “한국을 미국의 종(노예)”으로 오역>

MBC PD 수첩은 2003년 2월4일 밤 11시5분에 방송한 ‘한반도 핵위기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신년특집에서 미국 CATO 연구소의 동아시아 한반도문제 전문가 더그 밴도우(Doug Bandow) 선임연구원의 말을 전하면서 “한국이 항상 미국의 종(從)이었다”고 자막으로 전했으나 이는 ‘오역’이었다.

 

한미 관계를 일종의 ‘노예관계’로 보도한 것이다. 이는 미국측으로 부터 ‘동맹’과 ‘자주’를 혼동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미관(對美觀)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밴도우 연구원이 실제로 한 말은 아래와 같다.

 

Unfortunately South Korea is dependent. South Korea will always be in dependent status and America always be superior position, I don't think they will never change, I understand President Roh wants but it's impossible to get there as long as American troop in Korea is defending South Korea.

 

이를 번역하면 "불행하게도 한국은 의존적입니다. 한국은 항상 의존적인 처지에 있고 미국은 항상 우월한 위치에 있을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이 같은 상황이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노 대통령(노 대통령 당선자의 오기)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주한미군이 한국을 방어하고 있는 한 그가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PD수첩의 번역 자막은 “불행하게도 한국은 미국에게 종속적인 국가입니다. 한국은 항상 미국의 종이었으며 미국은 항상 우월한 위치에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여 지켜주는 한 동등한 관계가 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라고 표현했다.

 

‘남한이 미국의 종’이라는 표현은 완전한 오역으로 왜 MBC가 이런 보도를 했는지 다수 국민에게는 의아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PD수첩이 이를 보도한 시점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만료 21 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21일을 앞둔 시점이다. 국내적으로는 대선 후유증으로 갈등이 심한 상황이었고, 남북 관계도 북한이 북미제네바합의를 위반하면서 고농축우라늄(HEU) 기술에 의한 핵개발의혹이 불거진 시점이다.

 

 밴도우 말에서 한국이 미국에 의존적이라는 것은 ‘주한미군이 한국을 방어하고 있는 한’(as long as American troop in Korea is defending South Korea)이라는 구절에 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 dependent는 independent의 반대 개념이 될 수도 있는 ‘종속’ 또는 ‘예속’의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번역에서 나타난 PD수첩의 시각은 북한의 대남시각과 한치도 다름없어 보인다.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종살이 국가, 노예국가, 식민지 국가로 매도하고 있다. 한미동맹관계를 노예사회의 주종관계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미국의 종살이 국가라면 대한민국이 국제법상으로 주권국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주권이 박탈당하고 없는 당시 대한민국에 어떻게 하여 국민의 자유선거에 의해 대통령선거가 이뤄지고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겠는가?

 

결과적으로 PD수첩은 한국이 북한의 침략 위험이나 동아시아 정세의 특수성때문에 미군이 주둔하는 이른바 군사적 동맹관계를 한국이 미국의 종이 된 것처럼 보도해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보수적인 싱크탱크인 CATO의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일찍이 한미동맹에 회의론을제기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사람이다. 그는 2010년 7월 14일에도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 이득은 없고 비용만 들어가는 (한반도) 방위공약을 유지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한미 군사동맹은 그 목적을 잃어버렸다는 의미다.

 

밴도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냉전은 오래 전에 끝이 났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의 새로운 공격적 전쟁을 지원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한국은 미국 방어에 더 이상 핵심이 아니며,미국의 지원이 한국 방위에 핵심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냉전시대 종식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군사 지원 및 유사시 한반도 무력 개입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한 해 수십억 달러를 써가며 한반도에 수천, 수만의 미군을 주둔시키는 건 낭비일 뿐이라는 의미다.

 

그는 “현재의 동맹관계는 역내 안보를 증진시키지 않으며, 양국이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처럼 미군 추가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 붙잡혀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사례 2. '미국이 대북공격 능력 있다’를 ‘대북공격 권한 있다’로 오역>

 

아래는 2003년 2월4일 밤 PD수첩이 자막으로 전한  안보정책 센터(The Center for Security Policy) 소장 프랭크 가프니(Frank Gaffney)의 말이다. 

 

“남한과 협의 없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는 세계적인 군사력을 갖춘 미국의 고

유한 권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역된 것이다. 영문 자막은 아래와 같다.

 

It is certainly possible to conduct attack against North without consulting South Korea. That is one of the inherent capabilities that we have as the result of having really global power projection capability.

 

해석하면 ‘남한과 협의 없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군사력을발휘할 능력이 있는 우리의 고유한 (본질적인) 능력 중의 하나입니다’가 된다.

 

‘고유 권한’이라는 자막의 표현은 이상한 번역이다. 가프니 소장이 실제로 한 말은 ‘미국이 가진 고유한 능력들(inherent capabilities)의 하나’ 이었지만 PD수첩은 마치 ‘미국 만이 그 같은 권한을 가졌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서옥식의 가짜뉴스의 세계에서 발췌, 저자=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